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색깔 없는 다자키쯔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2013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3. 11. 13. 15:12

 

책을 읽고 내 생각

 

신주쿠 역을 통과하는 하루 인원은 350만 이상이라 한다.

아침 출근 길의 그 인파는 언젠가 미국의 신문에 크게 실렸다. 바블경제가 꺼지기 직전, 미국은 일터로 향하는 이 인간의 물결을 보며 이 나라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을 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인파 자체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하고자 했다. 그 중점은 미국을 앞서려고 하는 일본의 경제에 관한 것이었다.

컴퓨터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카카오톡이나 라인, 또는 내가 쓰고 있는 블로그 같은 것들이 새로 생겨났다. 이전에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인터넷 기술 덕분에 보다  손쉽게 내 옆에 두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실시간 정보와 소식이 생명있는 무엇처럼 세상을 흘러다닌다. 서로 얼굴 마주하지 않고도 시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사람들은 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되었고 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었던 시대에서 너무나 멀리 와 버린 지금,  매일 그 한 공간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길을 걷고 비슷한 일을 하러 이동하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것이란 없다. 공유하고 있는 게 있다면 "모두 서로를 모르고 있다"는 것뿐.

페이스 북이나 블로그나, 카카토옥이나 라인에서도 친구를 만든다. 그리고 추억의 앨범에나 나옴직한  친구라는 단어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친구가 된다. 그러나 페이스 북의 경우엔 친구 맺기를 하자마자친구를 분류를 하도록 한다.  그 속엔 친한 친구가 있고, 아는 사람이 있고, 먼 친구가 있다. 그러나 친한 친구로 분류를 했다고 하더라도 정말 친한 친구인지, 서로 또 잘 모른다.

 

무라키하루키의 신간, < 색깔없는 다자키 쯔구루와 그의 순례의 해>를 일본어로 읽었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다섯(이름에 색깔이 들어간 친구들 : 검다, 하얗다, 빨갛다, 푸르다)의 그룹에서 어느 날 갑자기 퇴출을 당한 다자키 쭈쿠르는 그 후, 심한 마음의 상처를 겪으며 죽음까지 절실히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죽음에 대해 너무나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죽음은 그의 현실이 되지 않았다. 그는 그후 이름에 "회색'이 들어간 학교 후배를 만난다. 그 만남은 죽어가던 그에게는 상당한 힘과 위로가 되어 주었으나 그는 그 후배에게 자신이 지난 방학에 고향에 갔다가  친구들에게서 퇴출당했던 이야기까지는 하지 못한다. 또한 그 후배는 어느 날 갑자기 그를 떠나 버린다. 다자키 쯔구르는 또다시, 외톨이가 되고 자신의 어떤 점이 사람들로부터 배척되는지 고민한다. 색깔, 매력이 없은 인간이어서 그런 것일까.

 

다자키 쭈구르는 이름에 색깔이 없지만 이름 쯔쿠루에 걸맞게( 쯔쿠루는 만들다는 뜻) 역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역을 좋아한다. 그는 현재, 철도역과 관련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 '사라'라는 여성이 나타났고, 그 둘은 곧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사라는 쯔쿠루에게 호감을 가졌으면서도 쯔쿠루 안의 심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 한,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다. 그리고 오래전에 친구들로부터 퇴출된 게 무엇 때문인지 쯔구루 자신이 찾아볼 것을 권고한다.

그래서 쯔쿠루의 순례가 시작되었다.

 

쭈꾸루는 오랫동안 자신을 희생자처럼 생각했었다.

그러나 순례 끝에 그는 이 세상 사는 일에 있어서 언제나 희생자이거나 언제나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문제조차도 잘 알지 못하며 사는 것이 인간이며, 그것은 자기 꿈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점과 같다고 여긴다. 꿈 속에서 흉포하고 거친 자신이 진짜 자신일지도 모르고, 앞에 서 있는 어떤 친절한 인간의 내면이 어떤지 모를 뿐더러,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 대해서 무엇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설령 공기처럼 편안한 친구라 해도 그 내면을 알 수 없었으니.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험한 바다를 달리던 배 위에서 누군가에게 밀려 어두운 밤바다의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 배는 자신을 두고 멀리 불빛 거두어가며 사라져가고, 혼자 버려진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를 바다로 빠뜨린 사람을 원망할 것인가. 그의 고의를 의심할 것인가. 아니면 너무나 무심하게 가 버리는 커다란 배를 부르고 부르다 검은 파도의 아귀에 먹힐 것인가.

 

쯔쿠르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 자신이 16년 전에 친구들에게서 제명된 이유를 알게 된다. 그것은  친구의 한 명인 '시로(하얗다') 때문이었다. 그녀는 친구 셋에게 쯔쿠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친구들은 시로를 구하기 위해 쯔쿠르를 그룹에서 제명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시로는 십 년 전에 죽었다. 누군가 시로를 죽인 게 맞지만 시로가 왜 죽게 되었는지 그 사건의 앞과 뒤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사건은 경찰이 덮자 없는 마치 세상에 없던 일처럼 되었다. 시로가 죽어 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도 시로가 왜  쯔쿠루를 두고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는  시로와 가장 친했고, 시로를 위해 쯔쿠르를 제명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내놓았던 친구 ' 구로(검다)'를 만나러 간다. 그녀는 핀란드에 살고 있었고, 쯔쿠르는 그녀를 만나고 와서야 희미하게나마 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시로에게 희생된 게 아니며 오히려 그가 시로의 가해자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을 바꾸면 시로를 죽게 한 것은 쯔꾸루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녀는 그때, 본능이 명령하는 대로 쯔쿠르를 디딤돌로해서 폐색의 벽을 넘으려고 했었다. 쯔쿠루라면 그 입장에 놓여도 그 나름으로 잘 살아남을 것이니까, 시로는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이다. 구로가 냉정히 그런 식의 결롬에 달했던 것처럼.

냉정하고 언제나 쿨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쯔쿠루 군.-364쪽

 

 

남의 눈에는 냉정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것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보는 것보다 더 노력이 걸린다. -365쪽

 

" 세계는 호의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인생은 길고 때에 따라서는 가혹하다. 희생자가 필요할 때도 있다.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우리 몸은 무르고 상처나기 쉽게 베면 피가 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 368 쪽

 

" 모든 게 다 세월따라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다"- 370 쪽

 

"나는 그 즈음에 뭔가 강하고 믿고 있기도 했고, 강하게 믿는 뭔가를 해 낼 자신이 있었어. 그런 생각이 그대로 어딘가로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야." 

 

 

색깔없는 다자키 쯔쿠루는 여행 끝에 자신을 새로 보게 된다. 자신은 어두운 밤바다에서 버림 받았을 때 홀로 묵묵히 그 바다를 헤엄쳐 나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세상의 수 많은 사람 중에 가장 만나기 어려운 자기 자신을 쭈쿠루는 16년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만났다.  만나보니 색깔없는 다자키 쯔쿠르는 결코 색깔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의 핵심은 이 세상을 긍정하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것으로 읽었다.

달리기 책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격이 나오는데, 이 책에서는 수영하는 다자키 쯔쿠루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성애묘사는 예전 책처럼 또다시 화려했다. 이제 나는 나이가 들었는지, 여러번 나온 성애 장면은 그저 소설의 장식처럼 보였다. 다만 독자인 나는 늙어가는데,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아직도 청년인 것 같았다.

작가가 독자들처럼 빨리 늙어 버리는 것은 문학에서는 상당한 손해라는 생각도 했다. 60세를 넘은 이 작가가 앞으로도 젊은 주인공들과 함께 오래 살아, 아프고 쓸쓸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봐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