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질풍의 론도-2104년의 책읽기(2)

자몽미소 2014. 2. 11. 14:02

 책을 읽고 내 생각

- "강력한 생물 병기를 설산에 묻었다. 눈이 녹아 기온이 높아지면 폭발하게 된다. 장소를 알고 싶으면 3억엔을 준비하라" 편지, 그런데 협박해 왔던 범인이 사고로 죽고 만다. 상사로부터 생물병기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연구원은 아들과 함께 폭발물이 묻혀 있는 스키장으로 떠난다.  폭발물이 묻혀 있는 나무에 테디베어 인형이 매달려 있다는 것 외에는 정확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예상치 않던 일들이 차레차례로 나타난다- 책 표지의 광고문.

 

소치올림픽 덕분에 텔레비젼에서는 연일 흰 눈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를 보고 있자면 스노우보드며 스키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이 소설의 무대인 스키장의 모습을 상상하기에 좋았다. 때마침 바깥에선 몇 년 만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우리집 바깥도 온통 흰 세상이었다.

 

이 추리소설에서 해결해야 할 첫번째 문제는 범인이 도중에 죽어 버려서 위험물질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단서라고는 범인이 보내온 3장의 사진 뿐인데 사진에 보이는 것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테디베어 인형 뿐.  그러나 장소를 찾아내지 못하면 위험물은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 폭발을 하고 말 것이다. 폭발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다행히 그 첫번째 난관, 그 설산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는 중학교 아들이 그의 동호회 사람들을 통해 해결한다.

그러나 추리소설 답게 첫번째 문제가 해결되니 또 다음 문제가 나온다. 위험물질이 묻혀 있을 것 같은 스키장을 찾긴 하였으나 사방이 다 하얗게 눈으로 덮힌 그 넓은 스키장 안에서 범인이 어느 나무 아래 그것을 묻었단 말인가. 표시라고 해 놓은 테디베어 인형은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게다가 주인공인 연구원은 혼자 어찌 해 보려고 스키장 바깥의 숲으로 나가 수색하다가 다리를 다치는 등,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이 위험 물질의 도난과 범인의 협박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니 일은 꼬이고 꼬인다. 그러나 이 또한 스키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도움으로 서서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하지만 그리 쉽게 문제가 해결된다면 추리소설이 아니다. 전혀 다른 인물이 나오는데 그것은 연구소의 또다른 인물이 상사와 이 연구원 사이에 주고 받는 전화 내용을 도청하면서 이 문제를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야심은 첫번째 범인보다 더 크다. 그녀는 그 물질을 자기 손에 넣어 소장을 위협하고 국외로 뜰 생각을 한다. 그녀의 좌우명은 "유능한 매는 발톱을 감춘다" 이다.

 

  소설의 인물은 <악한 사람- 애매한 사람- 선한 사람>의 구도로 배치된다.

협박을 하다 죽어 버린 범인과 또 그것을 자기 손으로 넣으려는 야심을 가진 여직원이 <악한 인물>에 속해 있다면,  임무 수행을 떠났던 연구원의 아들과 스키장의 직원은 <선한 인간>에 속한다. 아들과 직원은 이 위험 물질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도 하등 문제가 없다고 여기며,  경찰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길 원한다. 그러면 별 어려움 없이 사건 해결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매한 인물>이 있다. 처음 범인에게서 협박은 받은 연구소의 소장과 그 소장의 지시를 따르는 연구원이다. 이들은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꺼린다. 그들은 이 물질이 세상을 위해 좋게 쓰여질 것이라고 말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주길 바란다. 그러나 실제로 범인이 이 물질을 훔치며 소장을 협박할 수 있을 만큼 이 물질의 진실은 위험한 것이었다.

 

소설 속에는 일본사회 문제도 설핏 그려 놓았다.

일본 동북지방의 지진과 해일로 사람들 사이에는 스키가 어쩐지 사치스런 놀이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니 몇 년 사이에 스키를 즐기려는 인구는 줄고, 스키를 자신의 삶으로 삼은 운동 선수도 그 분위기를 타서 어쩐지 침울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스키장을 끼고 있는 마을은 그곳이 스키로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마을 전체의 삶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키장이 있는 지역의 학교에서는 매해 스키교실을 연다. 그 학생들이 장차 성장하여 도시로 나가면 자신이 어릴 때 고향에서 즐기던 스키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그 인맥으로 도시의 사람들을 불러오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스키는 단지 고급 운동이 아니라 한 지역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본어 원작으로 읽은 세 번째 책이다. 이전에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은 다른 책도 그랬지만,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의 소설이라 해도 당연히, 참 잘 쓰여졌구나 하는 책도 있고, 이번 책은 다소 부족하다며 책마다 평을 하게 되곤 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작년에 읽은 두 책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이 있고, 숨긴 이야기가 있고, 사건 해결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동기라는 것은 추리소설에 맞는 제재이긴 하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게 없다는 느낌이랄까. 소설 말미에 해결된 사건의 내용을 보자면, 코믹 드라마의 결말을 보는 것 같았다.  작가가 이 위험물질의 존재를 독자에게 부각시켜 전달하기 보다 각각의 인물들이 행동하는 것만 따라가다 보니 등장인물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에만 초점이 가 버렸다는 느낌이다.  이 소설이 풀어야 하는 과제는 주인공이 어떻게든 위험물질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지만, 등장인물들이 얼키고 설키다보니 정작 독자는 이 위험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못 느끼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소설 말미에 위험 물질이 안전하게 회수되었다 해도 추리소설의 최대 장점인, 사건해결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각 인물이 소설 안에서 처리되는 것도, 자기 발등 자기가 찍은 악한 두 명과 바르게 문제를 해결 하는 선한 사람으로 이끌다 보니 정말로 문제적 인간인 소장과 연구원이 가진 비겁하고 비도덕적인 태도 또한 애매모호하게 처리되었다. 다만, 선한 인물인 아들과 스키장 직원이 이 위험물질의 최종 보관자가 되었기에 바른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는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질풍의 론도> 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던 드라마틱함 보다는 애매한 중간 인물들의 헤프닝이 자주 보이는 바람에, 가장 문제시 되었던 위험물질과 진실을 숨겨 일신의 안전만을 구하는 인물에 대한 문제의식까지는 잘 파헤치지 못하고 묻어 버리고 말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2014년 2월 11일, 김미정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