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소소한 풍경-2014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4. 9. 4. 14:01

한동안 일본소설만 읽었다. 작년엔 특히 일본어로 된 소설에 재미를 느껴 일본어 소설 구입도 꽤 했다.

작년에는 히가시노게이고의 추리소설에도 빠졌다. 우리나라에 번역되기 전에 현지 책방에서 책을 사서  사전은 조금만 찾아가면서 읽는 맛도 좋았다.

 

몇 주 전에 동네 서점에 들렀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가 번역되어 나온 것을 보게 되었다. 후르륵 훑어보니 내가 일본어로 읽으며 이해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내용을 거의 다 이해했으니까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굳이 살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어로 번역된 그 소설은 어쩐지 작년에 내가 일본어로 읽은 것과는 달라 보였다. 한국어가 심심해진 것이다. 쉬운 단어, 평이한 문장....., 일본어로 읽었을 때는 못 느끼던 것이 한국어를 볼 때 느껴져서 더욱 더 번역본을 살 수 없었다. 심심한 소설을 앞에 두고 보니 꽤 오래 한국어로 된소설을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번역본이 아니라 한국어로 된 우리 문장이고파졌다.

 

박범신의 <소소한 일상>은 그래서 골랐다.

그의 문장은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았으나 그의 사유는 정성을 들여야만 몇 걸음 뒤에라도 따라갈 수 있었다. 그이의 단어들은 문장에서 어디에 놓일까를 고민하며 놓인 것 같았다. 그걸 자연스럽게, 문장이 흘러가니 단어가 따라나온 것 같이 배치했으나, 이는 숙련된 문장가의 세련됨 덕분에 가능했다.

 

읽고 나서 몇 주가 지나자, 소설의 줄거리는 잊고 문장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는 느낌만 남았다. 제목, 소소한 일상, 이 어구만 봐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