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공허한 십자가 虚ろな十字架- 2014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4. 9. 6. 16:29

2014년 5월 25일 초판 1쇄 발행

2014년 6월 15일        3쇄 발행.

 

2014년 7월- 9월 5일, 김미정 읽음

▣책을 읽고 메모.

-작년처럼 남편과 동네 산보를 할 수 있다면 그 길에 이 책을 조근조근 이야기 해 주면 좋겠다고,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이 소설의 이야기를 간단한 줄거리로 말해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요소요소 산재해 있어서 산보 시간 1 시간 갖고는 소설 내용을 다 말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 몇 주 전에 읽은 박범신의 소설은 소설의 줄거리보다 이야기를 묘사하는 문장을 음미하였다면, 이 일본어 소설은 문장 보다는 가끔씩 막히는 단어의 돌부리에 넘어지면서 줄거리를 애써 따라가며 읽었다.  읽고 나니 역시 소설은 이야기가 있어야 해! 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서 남편에게 이 소설을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를 그저 추리소설 작가라고 간단히 이야기 해버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어쩐지 가볍다는 느낌이 나서 그럴 것이다. 물론 이 작가의 모든 책이 무겁고 진지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난 몇 개의 소설들을 보면서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주 거론한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인인 내가 읽어도 이해될 만큼 일본어 문장은 어렵지 않지만,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쉽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소설 < 공허한 십자가>는 사형제도에 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작가 공지영씨의 소설 <도가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미 법으로 공고해진 제도에 의문의 돌멩이를 던지는 것이다.  법으로 말하는 사실과  말할 수 없는 진실 사이에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의 주장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어떤 이의 과오는 또 사람살이의 억울함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여기까지.

 

▣작품의 줄거리

1. 플로로그 : 어린 아이 때 엄마를 잃은 이구치 사오리는 중학교 시절 학교 선배인 니시나후미야와 사귀게 된다. 두 사람은 풋풋한 첫사랑을 하게 된다

 

2. 사건

1) : 사요코 라는 여자가 죽었다.  귀가 길에 등 뒤에서 누군가의 칼에 찔린 것이다. 그녀는 이혼한 여자였고,  사건을 맡은 경찰이 전 남편 나카하라를 방문한다. 용의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방문이었다. 그러나 사건의 범인이 자수를 한다. 범인은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 그런 일을 했다고 자백한다.

 

2)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10 여 년 전에 강도사건의 피해자 가족이었다. 집에 있던 아이가 침입한 강도에게 죽은 것이다. 아이 엄마였던 사요코가 잠시 장을 보러 간 사이에 형무소에서 가석방되어 얼마 되지 않은 전과범이 딸을 죽인 것이었다.  부부는 유가족이 되어 범인이 사형에 처하기를 바라며 재판을 지켜 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소원대로 범인에게 사형집행이 되었지만, 그들의 문제가 풀린 것은 아니었다. 죽은 딸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로 부부는 서로 함께 사는 일이 힘들어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3) 사요코는 남편과 헤어진 후 유가족 모임에도 나가고,  형무소의 직원, 갱생위원회의 사람들을 만나며 사형제도의 모순에 대해 글을 쓴다.  어느 글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쓴다.

" 맨 처음 사건에서 범인이 사형에 처해졌다면, 우리딸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딸에게 손을 댄 것은 그 범인이지만 그를 살려서 다시 사회로 내 보낸 것은 국가입니다. 결국 국가가 우리 딸을 죽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사람을 죽였던 인간은 계획적이지는 않더라도 충동적으로는 다시 사람을 죽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가가 형을 감형해주지 않습니까.  도대체  어느 누가 " 이 살인범은 형무소에서 몇 십 년 넣어두면 진실한 사람이 된다" 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살인자를 얼빠진 십자가에 매달아 놓고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징역의 효과가 희미해지는 것은 재범율이 높다는 것만 봐도 확실합니다. 재생할까 어떨까 를 완벽하게 판단할 방법 따위는 없으므로 재생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형벌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죽였다면 사형-, 이렇게 못박는 최대의 메리트는 그 범인에게 다시는 누구도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4)사요코는 사형제도에 관한 글을 쓰면서, 도벽증에 걸린 여성들을 인터뷰하는 글도 쓰게 된다. 그 중에 한 여성은 매우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었는데, 사요코가 보기에 그 여성은 뭔가 비밀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사요코는 진지하게 그 여성과 대면한다.  그래서 알게 된 진실.. 그 여성은 20여 년 전 살인을 저지른 일이 있었다. 그 사실을 숨기고 외면하면서 정신적인 문제를 겪게 되었고 그것은 도벽으로 이어졌다. 사요코는 여성이 살인을 하고 사체를 숨겼다는 곳까지 함께 동행했고, 그 살인 사건에 연류된 한 남자의 주소를 찾아낸다.

 

5) 나카하라는 이혼한 전부인의 이혼 후 살아갔던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 스스로 그 사건에서 멀어지고 싶어 자신이 택한 방법은 외면 뿐이었다. 그러나 전처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면서 전처가 남긴 글과 자료들을 보면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전처가 살해된 것이 단순한 노상강도만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에서였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돈이 필요해서 그 짓을 했다고 자백한 노인의 가족 중에 사위가 유명 병원의 소아과 의사라는 점과, 그 사위가 딸과 함께 사죄의 편지를 써서 아내의 친정으로 보낸 것이었다.

나카하라는 아내의 살인범이 마땅히 사형에 처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수를 했다는 점과 나이가 들었다는 점, 초범이라는 점 등등이 정상참작이 되고 있어 사형보다는 감형될 조짐이 보였다. 게다가 그 노인을 위해 사위와 딸이 변호사까지 대주었기 때문에 우발강도 사건 쯤으로 재판은 가볍게 끝나 버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카하라가 전 부인 사요코의 자료를 검토하다가 발견한 것은 이 사건에 범인의 사위와 도벽있는 여자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6)한편, 범인의 딸은  한때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신을 돌보지 않았고 어머니는 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없었고 가끔은 어머니를 괴롭히는 인물일 뿐이었다. 그녀가 아버지를 떠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녀는 전기회사에 들어가 비정규직 사원으로 일하며 희망이나 미래 없이 살아가는 처녀가 된다. 어느 날, 그녀에게 한 남자가 나타나는데 그는 잘 나가는 회사의 직원이었고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도 생겼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그의 사기에 걸려들었을 뿐이고, 있던 돈을 모두 그 남자에게 줘 버린 상태에서 곧 산달을 맞게 되었다. 돈은 차츰 없어지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아득하여 그녀는 어느 숲으로 가서 자살을 하려고 하였다.그러나 운명의 여신이 그녀를 불러 세운다. 그곳에서 만난 남자가 바로 지금의 의사 남편이다. 그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더니 뱃속의 아기를 위해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둘은 결혼을 하였지만 여전히 그녀의 아버지는 그가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이 아버지를 그냥 두면 안 된다고 하여, 다시 만나는 사이가 된다.

 

7)사요코는 의사를 찾아간다. 할 이야기란 자기가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와 관계 있다고 하여 약속 날짜를 잡는다.

사요코는 뒷날 의사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의사는 병원 일로 약속 시간에 집에 오지 못하게 된다. 의사의 아내는 남편이 숨기고 있던 과거를 사요코에서 듣게 된다. 사요코는 주장한다. " 당신의 남편은 살인자이므로 자수를 하든 무엇을 하든 벌을 받아야 한다."  

그날, 의사의 집에는 그 아버지가 우연히 와 있었다.  아버지는 딸과 사요코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쩌면 한 가정이 풍지박산이 될 이야기인 것이다.

 

8) 범인은 그래서, 사요코를 죽인다. 평생 딸을 위해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한 아버지는 사요코를 죽여서 딸의 가정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사요코가 만나던 여자도 찾아간다. 입을 다물라. 너 때문에 내 딸의 가정이 파괴될 지경이 되었다고, 여자를 압박한다.

 

9)도벽이 있는 여자는 이구치 사유리였다.  현재 소아과 의사가 된 니시나후미야와 어린 시절 사랑하던 사이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둘은 그때 호기심으로 시작된 불장난이 그렇게 크게 자신들의 인생을 휘어 버릴 줄을 몰랐다. 사유리가 임신을 하게 되고, 엄마가 없는 사유리나 그저 고등학생일 뿐인 니시나후미야로서는 남에게 알려지는 일만이 가장 두려워, 아이를 낳고 바로 죽였다. 아이는 후지미야의 숲 속에 묻었다. 그러나 그 후 둘은 서로를 만나지 못한다. 둘 사이의 그 사건은 둘을 더 멀어지게 하였고 각자의 길을 가게 했다.

 한 사람은 그 아이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아과 의사가 되었고, 무책임한 남자에게 버림 받은 여자와 아이를 거두어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여자인 사유리는 그 후의 결혼도 일도 모두 실패를 하다가 도벽증환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10) 사요코는 두 사람이 자기 자식을 죽인 것이 바로 살인행위라고 못 받았다. 그리고 강하게 둘을 몰아 부쳤다. 그녀의 이면에는 자기 자식을 지키지 못해 강도의 손에 딸을 죽게했다는 자책이 강하였던 것이다. 그 자책감이 강할수록, 살인행위 하나만을 보는 맹목이 굳어졌다. 그녀는 정의에 대한 주장으로 자신의 행위를 위장했지만, 자기 자신 평생, 딸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죄책감으로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3. 공허한 십자가, 모순 덩이의 사람살이

 

행복한 사람이든 고통을 받은 사람이든 살아가기 위해 가지는 어떤 명분이 과연 세상에 나가서도 순하게 그 기능을 다 할까, 사람 사는 일의 모순,  어떤 법이든 가치관이든 서로 딱 부합하고 옳은 것이 되기란 지난한 일인 것이다.

 

소설 속의 여러 복선과 복잡한 포석을 발견하며 읽었다면 소설의 맛을 잘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꾸며낸 어떤 이야기를 읽었다기 보다, 이래서 인생이란 정답이 없다, 는 허무한 생각으로 가 버렸다. 자신이 걸머진 십자가, 과연 얼만 가치가 있는 것일까, 자문하는 쓸쓸함도 깊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