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내 생각
" 마키공학교에는 '김'이라는 조선인 남자애가 있었다. 콜로니아에 있는 일본인학교에 다니다가 大橋 씨네 가족이 마키로 이사할 때, 마키로 오지 않겠냐 해서 꾀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와서 보니 별로 잘 봐 주지도 않는다면서 도로 콜로니아 소학교로 전학을 가 버렸다는 것이다"
-책 69 쪽.
2013년 1월부터 남편의 '남양군도 연구' 를 위한 조사여행을 따라다녔다. 그해 1월에 사이판과 티니안 섬을, 2013년 여름에는 괌에 다녀왔고, 2015년 1월에는 팔라우에서 한 달 여를 머물렀다. 그리고 그 후 나는 조금씩, 태평양의 섬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심을 가졌다고 해도 그 폭은 매우 좁다. 시기는 일본이 태평양 섬들에 대해 신탁통치를 하기 시작한 1914년부터 태평양전쟁에 패하여 항복한 1945년까지이다.
일제 통치기에 일본은 태평양의 많은 섬에 일본 사람은 물론 대만과 조선에서 사람들을 데려갔다. 남편은 그 시기에 태평양 섬으로 갔던 조선인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나는 남편이 모아온 일본자료에서 "조선인" 또는 "조선사람" 같은 단어를 찾고, 영어 자료에서는 "korea"가 나올 때 눈을 크게 떠서 관련된 글을 읽고 있다.
이 책에도 위에 적은 것처럼, 얍에 있던 조선인 아이에 관한 기록이 있다. 저 조선인 아이를 친구로 두었던 사람이 大橋 씨이다.
大橋 씨는 현재 얍에 살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3살 무렵에 부모를 따라 얍으로 갔다. 그의 부친이 얍에서 교사일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얍에서 그는 소학교까지 다녔고, 일본으로 건너가 중등 과정을 마쳤다. 그 사이에 전쟁이 격화 되었고, 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가던 가족은 미국의 공격으로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전원 사망하였다. 大橋 씨는 청장년기를 일본에서 보내다가 정년퇴직 후에는 자신의 고향인 얍으로 돌아가 일본어 교사를 하면서 지낸다. (*2014년경 조사 당시 84세)
저자인 田中 씨는 일본에서 교사일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은 주제있는 여행기가 되겠다. 이 여행기의 주된 이야기는 두 가지, '전쟁 전 얍에서의 교육과 전쟁 후의 얍 교육의 변화'를 살피고 있다. 그리고 전쟁 전에 얍에 가서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물들, 즉 팔라우에서 스토리보드를 만들게 한 조각가 土方 씨, 문학가 中島, 인류학자 矢內 등이 남긴 기록들에서 일본이 태평양 섬에서 주민들에게 주었던 긍정적인 면과 아쉬운 점들을 적었다. 얍에서 교장으로 일하던 大橋 씨의 아버지에 관하여 얍 사람들의 증언도 실었는데 대체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작가가 얍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히비야공원에 있는 석화를 보고 나서였다. 석화는 얍의 전통 화폐이다. 히비야 공원의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이 돌화폐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적혀 있다.
" 이 円形의 돌은 남태평양 얍에서 돈으로 사용되는 돌화폐로 석화라고 부른다. 석화는 작은 것은 직경 6센티정도, 큰 것은 직경 3미터가 되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직경의 크기, 표면의 깍임, 모양새, 운반 때의 어려움 등으로 가치가 결정되었다. 이 석화는 장경 1.35미터, 단경 1.00 미터 정도의 円形으로 대정 13년(1924년)경, 1,000엔 정도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 석화를 보고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태평양에 떠 있는 섬에서 선물받은 석화, 보고 있으니 이 돌에 새겨진 뜨거운 생각과 돌이 전하는 이야기에 이끌린다. 이 석화가 일본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 석화가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의 일본과 머나먼 태평양의 작은 섬 얍 사이에 역사와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과 얍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이면서도 역사와 시대를 말하는 것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다. 마치 오늘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일제 통치기의 교육과 현재의 교육에 대한 조사처럼 보이지만 그 두 시대를 다 살고 있는 한 사람 大橋 씨의 이야기가 여행기의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다시 여행을 꿈꾼다. 얍 섬에 가서 大橋 씨를 만나보고 그가 어릴 때 친구로 지냈던 '조선인 아이'에 관한 추억을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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