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4

여자없는 남자들/ 드라이브 마이카

" 그건 병 같은 거예요. 생각한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니죠.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고 간 것도 엄마가 나를 죽어라 들볶았던 것도, 모두가 병이 한 짓이에요.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 봤자 별거 안 나와요. 혼자 이리저리 굴려 보다가 꿀꺽 삼키고 그냥 살아가는 수밖에요." " 그리고 우리는 모두 연기를 한다." 좀 자야겠다고 가후쿠는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한다. 조명을 받고 주어진 대사를 한다. 박수를 받고 막이 내려진다. 일단 나를 벗어났다가 다시 나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곳은 정확하게는 이전과 똑같은 장소가 아니다. - 드라이브 마이카 59-60 쪽에서. 이 문장들이 있어서 이 소설은 위로가 되었다. 그렇지,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실..

어머니의 유산、 母の遺産

책과 나의 끈이라고 한다면 --일본어로 읽은 지 10년 만에 한국어로 읽었다. 일본에서는 10년 전에 **문학상을 받기도 해서 서점 매대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우리말로는 올해 번역이 되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일본어 소설도 원어로 읽기 시작했는데 2013년 봄에 이 책을 발견했고,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구입했다. 내 일본어 실력으로는 읽기에 벅찬 장편소설이어서 읽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 사전을 찾으며 읽는 동안 일본어 실력이 좀 늘었는지 여름에는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을 읽었다. 추리소설이라 다음 이야기가 또 너무 궁금하게 하는 소설이기에 밤을 새며 읽다 보니 3일만에 읽었다. 어머니의 유산의 문장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장이 읽기 쉬운 일본어인 것도 한몫 했다. 가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2023년의 독후감 전영웅 지음 , 도서출판 흠영 1. 아직도 여전한 폭력 책의 첫 번째의 글, 의 이야기를 읽으며 뱀을 볼 때처럼 징그러웠다. 누가 때리고 누가 맞는 일, 그것도 힘이 센 남자가 휘두르는 폭력에 속절없이 당하는 여자의 이야기에는 문장의 행간에 푸른 멍이 가득했다. 아내를 때려놓고 치료하러 데리고 와서는 일하다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는 남자의 모습은 무언가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떠올랐다. 글 속의 여자는 내 어머니 같았고, 의젓한 남편을 연기하는 남자는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로 보였다.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모여 살던 내 고향마을에서 툭하면 싸움하는 부모들의 자식으로 살았던 우리들은 장차 힘이 센 것들을 두려워하고 부당함을 말하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