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종교적 믿음에 대한 철학적 반성-/이태하/책세상문고

자몽미소 2002. 3. 31. 21:58
 

종교적 믿음에 대한 철학적 반성-/이태하/책세상문고



*종교,너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느냐.


우리 삶에 찾아오는 최초의 또는 최종적인 방문자이며 가장 결정적인 존재인 신이라는 명제는 인류의 태초부터 그 존재를 함께 하였고 우리의 삶 깊숙히 뿌리 내리고 있으며 피부 아래 세포돌기 하나하나에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니 공지영이 에서 그녀가 문학을 넘어서고 사랑을 넘어선 자리에 구원으로서의 신이 있었음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고백인지도 모르겠다.


신을 만났다고 하는 이들 또는 신을 향하여 마음을 주고 있는 이들을 보게 된다

초인종을 누르며 하느님과 만날 것을 호소하는 이에서부터 신앙의 열렬한 간증으로 울부짖으며 가슴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고, 새벽 산책길엔 목소리 강한 목사님의 새벽기도가 골목길 밖까지 퍼져 나오고, 고요한 산사에서 삼천 배를 올리는 할머니의 시린 무릎도 신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나 사랑에 기대어도 이 한 세상에서 살기가 그 힘이 부족하고, 글쓰기나 춤이거나 음악이거나 어떤 예술 어떤 사명, 어떤 책임과 어떤 신명도 이 세상을 살아내기엔 그 힘이 역부족일 때 신을 향한 갈망은 더욱 커지는 것일까, 신을 만나러 가면 신은 그 갈망과 결핍을 채워줄까, 그러면 어떻게 하면 신을 만날 수나 있는 것인지,

도시의 골목 구석마다는 십자가로 환하고, 산사에선 잘 차려입은 신자들로 붐비고 있으며 성가대의 찬송은 우렁차게 울리며 환호하며 구원은 늘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은데

우리의 얼굴은 밝지 못하고 음흉한 늪을 지닌 숲처럼 사회는 자꾸 조심스럽기만 하니 어떻게 어떤 길로 가야만 신의 그 찬란한 성에 닿을 수 있을런지.

저자인 이태하씨는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고자 하는 고민과 방황으로 종교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고민은 이 책의 구조를 세 개로 나누어 종교의 정체성, 그 토대, 기능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


종교와 철학과의 관계, 종교와 과학과의 관계에서 종교의 정체성을 묻고 있으며, 신의 존재와 악의 존재, 기적의 본질을 통해 종교의 토대를 연구하였고, 종교와 도덕은 어떤 관계인지를 살피며 사회구원을 위한 종교의 기능과 종교간 대화 문제에 대해서 다루었다.


그러나 이 책을 덮으면 어떤 미숙한 논문을 읽고 난 느낌처럼 문제의식은 있으나 그것에 대한 결론이나 대안제시는 짧았다는 생각이 들며 무엇을 읽었는지 확 감이 잡히지 않는 아쉬움이 컸다.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이 논문적인 글쓰기여서 그런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문장이 그의 종교적 사유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였다는 주제넘은 생각은 제목이 믿음에 대한 몇 가지의 철학적 반성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이루는 철학적 사유가 어떤 서양저자들의 생각의 종합이거나 편집이기 전에 그의 온전한 사유, 그가 독창적으로 반성한 내용이길 기대하였던 독자의 지나친 기대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와 철학이라는 감당키 어려운 무게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성실이 글의 곳곳에 배어 있어 고마운 책이다.

# 03|03|29 2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