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오페라의 유령/가스통르루 [책읽기]

자몽미소 2002. 1. 2. 21:42

 

그대, 내 이마에 키스를 해 다오!




그대, 이 책을 덮는 순간 가슴으로 휑하는 바람이 일고 바람의 무늬 때문에 가슴을 적시는 물결이 일고 그리하여 두 볼을 타고 그대의 아픔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게 된다면 아직도, 그대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 책은 우리를 프랑스의 훌륭한 오페라 극장으로 안내한다.

오페라를 한 번도 공연장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오페라 극장의 묘사를 떠올릴 때 지난 번에 보았던 영화, 물랑루즈 라든가, 아마데우스 등등을 함께 연상하여야 하였다.

거대한 세계가 이곳에 있고 특히 지하세계에 대한 알 수 없는 신비가 이 작품을 고도의 긴장으로 이끌어 간다

유령인가? 하고 물을 때 모든 상황을 읽고 있는 나로서도 유령이겠지. 뭔가 다른 게 있을 것이라 여겨질 수가 없었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의 설명할 수 없는 행동과 그녀를 따르고 있는 라울의 조바심을 따라가다 보면 라울의 질투가 너무 큰 벽 앞에서 오기를 부리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묘미는 작가가 한 사건에 대해 묘사하는 다각적인 시선이다

한 장면에서 보여진 사실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로서는

이 충실한 이야기꾼의 조목조목한 풀이를 보며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게 되고 모든 조각을 맞추어 보면 그때서야 한 그림이 왜 한 쪽 방향에서는 왜곡이 일어나고 한 방향에서는 오해가 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 탁월한 말솜씨는 주변인물들의 심리작용까지 교묘히 밖으로 내보이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가의 이야기 솜씨에 힘입어 독자가 갖게 되는 행운의 일종이다

이 이야기꾼이 조금 게을러 각각의 행동 뒤에 숨은 여러가지의  변주를 꼼꼼히 이야기 해 주지 않든다 해도 독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작가는 신문기자처럼 사건의 처음과 끝을 잘 마무리하여 말해주면서 독자가 이 사건에 대해 충분한 공감을 하도록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라울에게 향하던 연민이 이 오페라극장의 유령에게로 집중되도록 한 것은 그 후로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젊은 연인, 라울과 그리스틴의 사랑에 대해  그 불행에 대해 가슴아픈 느낌을 간직하고 이야기의 말미로 달려 가는 동안

책이 어디쯤에서 어떤 이야기에서 끝이 날까 싶어 남은 페이지를 가늠해 보곤 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가증스럽기 까지 하던 이 오페라극장의 악마, 지하세계의 가공할 힘은 상당한 변화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부활이고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그 유령인간이 죽게 되는 것이다

그 유령인간 에릭은 말한다. '나는 보통인간으로 살고 싶었어, 그녀가 나를 안아 주면서 가엾은 에릭 이라고 말했지 손수 나의 이마를 끌어다가 입을 맞추어 주었어'


그 악마의 화신은, 사랑의 부재에서 탄생한 인물이었다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는 극도의 외로움을 겪었으며

그의 재능은 권력있는 자들의 놀잇감으로 이용되어 버린다

그는 얼굴이 추하다는 이유로 그의 모든 재능을 어느 것 하나 아름답게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점차 지하의 세계로 은밀한 하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만이 악마조차도 구할 수가 있으며 악마는 우리 인간의 이기와 오만이 만들어내는 우리들의 것일 뿐 그 자체의 책임이 결코 아니다.


책을 덮으면 황량한 지하세계에서 오랫동안 고독했던 남자의 영혼에 가슴이 절절해지는 책,

그대 혹여 사랑에 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낸 적은 없는지

그렇다면 돌아볼 일이다, 사랑에 관해 냉담하다면 당신은 어느새 유령인가 악마인가 모를 을씨년스런 존재 하나를 키우고 있는 셈이니.


(2002년 1월), 알라딘 독자서평란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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