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자궁의 역사/라나톰슨 [책읽기]

자몽미소 2002. 5. 2. 21:53



< 여성의 몸, 그 길고 긴 왜곡>



언제고 여성의 몸에 대하여 진정한 발견을 하게 될 날은 있게 될 것인가?

근간에 영화와 소설들은 여성의 몸에 대한 솔직함을 드러내며 그것의 본질을 보여주려 애쓰고는 있지만 이 시대 또한 우리가 분간 못하는 신기루 같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볼 것을 보지 못하고 이야기해야 할 것을 발설하지 못하며 깨달아야 할 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지도 모를 일이라면 후대의 역사가는 이 시대에 논의된 여성의 몸에 대해 장차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자궁이 여자의 몸에서 돌아다닌다는 오래된 신념에서부터 시작된 여성에 대한 왜곡과 편견은 저자가 책의 끝마무리에서 질문해 보는 "생각 실험"에서 왜 지금까지의 여성에 대한 왜곡이  어리석은 남자들의 신념 때문이었는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오랜 세월동안 남자들이 가졌던 여자의 몸에 대한 신념을 거꾸로 뒤집어 상상해 보는 저자의 "생각실험" 은 이를테면 아담의 원죄 때문에 남자들이 여자를 임신시킬 때마다 전립선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고 그걸 치료해 볼 양으로 찾은 비뇨기과에서는 남자의 고통은 신의 뜻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남자들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 것인지를 상상해 보는 것에서부터 남자들이 정액을 배출한다고 해서 마술사로 몰려 화형에 처해지는 운명, 또는 몽정을 했다는 이유로 심판을 받아야 하고, 전립선을 자극하였을 때 이상한 액체를 방출하는 것 때문에 고문을 당하거나 사형당하게 되는 일, 전립선이 만병의 원인이므로 남자들은 병이 났을 때마다 전립선만 계속 치료하고, 남자들의 교육은 두뇌활동 및 생식기능을 떨어뜨리므로 교육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믿음으로 이 세계가 움직여졌다면 그것이 어떤 역사를 만들었을 것이며 그러한 믿음이 오랜 세월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날 여성과 남성은 어떤 삶의 모양을 가지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 실험"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되물어 보는 것이라면 우리 여성의 몸과 역사는 역시 말도 안 되는 수난을 너무 오래 받아왔다는 걸 증명하고 있는 셈이며 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상상은 여자들과 자궁에 그대로 적용되었던 역사적 진실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적용하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이 될 그 상상들이 인류가 시작된 이후 계속적으로 여자들을 억압하고 있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고대로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자궁의 역사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바로 여성의 수난사이며 여성을 왜곡하였던 남자들의 무지몽매를 고발한 또 한 권의 역사서가 되고 있다.

간간이 넣어진 여성의 몸 그림은 그 시대에 확연하게 믿어져왔던 여성관, 또는 여성의 몸에 대한 믿음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이 시대에 이르는 동안 여성들의 몸이 얼마나 왜곡된 질곡의 그늘 속에서 헤매고 있는지 그 고통과 수난을 목격하는 또 다른 증거가  되었다.



# 03|03|29 20:3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