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메멘토모리/김열구 [책읽기]

자몽미소 2002. 4. 8. 21:45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김열규/궁리출판사

*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올린 독자서평입니다*



----죽기 위해 살고 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가 아니고 죽기 위해서 파리로 모여든다' 이 말은 릴케가 그의 [말테의 수기]에서 떠돌이 주인공의 입을 빌려 한 말이다.

죽음 만으로 우리의 삶은 너무나 버거운 짐을 진 것이며, 죽음의 암담함, 죽음의 처연함, 그 무게는 곧잘 우리의 생명의 끝에 어김없이 있는 죽음에 대해 곧잘 외면하게 한다.

이 책은 그러나 이 무거운 죽음에 대해 분명한 기억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자는 일가들 사이에서 '고성의 여성 문장가'로 일컬어지기도 했던 어머니의 언문제문-죽음의 글-을 들으며 자라났다.그러한 기억은 죽음의 시학에 대한 연구에 강한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자화상과 우리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말하는 죽음은 삶을 위한 죽음이다.



고조선의 웅녀의 죽음과 현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상징들을 살펴나가다보면 현대 우리들의 죽음관을 들여다 보게 되는데 현대서구문명의 유입과 틈바구니에서 전통적인 죽음관이 왜곡 변질되고 있는 것은 무척 안쓰러운 일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들은 사당에 모신 죽은 이와 함께 동거를 하였고 그의 죽음은 공동체의 강한 결속을 이루게 하는 것이었으나 현대의 우리들은 죽음으로서 바로 깨끗한 지움, 공간은 물론 정신적인 퇴거까지 하게 하며 아름다와야 할 죽음의 모습을 두려움과 꺼리낌으로 채색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인에게 있어 죽음의 가치관이 어떤 틀로 제자리를 잡아야 하는지를 줄곧 이야기 하고 있으며 여러 저서들, 신학과 문학의 이야기를 끌어들이며 죽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을 때 매우 지루한 감을 어쩌지 못했다.

동어 반복이 자주 나왔고 저자의 의도를 글의 표현이 매끄럽게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읽기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은 아직 죽음에 대한 생각을 진솔히 하지 못한 내 미성숙의 탓인가 해 본다

그러나 단 하나 ' 우리 모두 죽기 위해 살고 있다' 는 명제를 명심해 둘 일이다.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

하루 하루 우리는 이 생보다 더 오래도록 나의 몸을 누이게 될 무덤을 항하여 걷고 있는 것이다

그 영원의 안식처에 어떤 얼굴로 누워 있을 것인지

그 무덤을 맴돌게 될 내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도

오늘 하루하루를 은밀한 기쁨을 키우며 살아가야 할 일이다

기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삶만이 죽음을 평화로이 껴안을 수 있을 것이니.

      (2002년 4월 8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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