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주기율표- 프리모레비//2008년의 책읽기(1)

자몽미소 2008. 1. 8. 16:42

  

                                                                                프리모 레비 지음, 돌베개 출판사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 적어 넣는 몇 줄의 감상. 특히 책이 좋을 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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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를 처음 알게된 건, 고등학교 2학년 화학시간이었다. <무조건> 외워야 하는 것들 중의 하나였던 주기율표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왜 외워야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귀찮은 암기사항 중의 하나였다. 가뜩이나 수학이나 과학(생물은 빼고) 쪽엔 능력부족을 느끼던 나에게 주기율표를 외우라고, 시험에 나오는 중요사항이니 외우라고 요구하는 여선생님이 예뻐 보일 리 만무하고(냉정하기만 한 사감 같았다), 수업시간의 선생님의 태도( 나 똑똑해, 니들 알아! )까지 싫어지자 결국 내 화학 점수도 겨우 낙제를 면할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과학 선생님의 전공이 물리나 지구과학이 아니고 화학이었으니까, 이후 나는 선생님의 얼굴과 그 전체를 싫어하듯 화학에 관한 책은 하나도 읽어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내 관심영역 밖의 것으로 멀리 두었다.

그러나 우리 생활 곳곳에 화학의 기본 성질이  숨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빵에 들어가는 효모의 작용에서부터 산책 길의 공기까지 합성과 분해를 반복하며 자연 속, 사람 속에, 우리 삶 자체에 화학이 들어 있는데도 지금도 화학에 관한 한 알레르기 반응같은,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해도 들여다 보고 싶지 않다는 거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골랐다. 작년 가을, 서경식 교수의 <시대의 증언자 프리모 레비를 찾아서, 창비출판사>와 ,<디아스포라 기행, 돌베게>를 읽은 후로 꼭 읽어야지 해 두었던 책이다. 서경식 교수가 프리모 레비의 삶에 매료되었던 건 고향을 잃어 버린 자, 자기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고뇌하는 인간을 프리모 레비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일 조선인으로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프리모 레비가 겪었던 정치 폭력의  희생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시대의 증언자...>에서 자주 거론 되었던 책이 이 <주기율표>와 <이것이 인간인가> 라는 책이다.

 

책 <주기율표>표는  아르곤,수소,아연,철***** 우라늄, 은, 바나듐,탄소 이라는 주기율표의 순서를 따른다. 원소와 관련된 각각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하고 시대의 증언담이기도 하다. 

프리모레비의 조상에 대한 기억에서 부터 시작해서 나치 수용소에 갇히기 직전의 대학 생활과, 연구원 생활, 그 후 나치 수용서에서의 경험과   수용소의 생존자가 되어 돌아온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을 볼 수 있다. 화학자이며 작가이면서 노동자로서도 살았던 프리모 레비.

 

그러나 이 책이 주는 매력은 위험하고 폭압적인 시대를 살았던 이의 기구한 운명의 굴곡에 있기보다 화학자로서의 그가  화학의 원소들과 삶의 총체성을 연결시키는 작가적 힘, 바로 풍요로운 글쓰기에 있다.

 

철과 구리처럼 소박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숨기지 못하는 원소들이 있는가 하면 비스무트나 가트뮴처럼 잘 속이고 겉잡을 수 없는 원소들도 있었다.-- 책, 59 쪽

 

그래서 그는 그와는 성향이 아주 달랐던 친구인 산드로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를 음이온과 양이온으로 이해 하던 프리모 레비는 산드로에게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한 편의 시이며,  우리가 중고등학교 에서 소화해온 그 어떤 시보다도 고귀하고 경건하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주기율표는 압운까지도 들어맞는다-같은 책 64 쪽

 

라고 말한다. 서로 길들이지 못할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우정과 그 후 산드로의 짧은 생, 모든 이가 죽어 나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프리모 레비는 <철>의 성질을 닮았던 친구 산드로를 기억하면서 그를 추모한다.

 

 

책, <주기율표>는 이렇게 그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고, 이 세상의 많은 원소들처럼 증류를 하고 나면 그 속성을 알 수 있을 인류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사적 오류, 비뚤어진 욕망,  시대의 폭압 과 같은 주변 것들을 걷어내버린다면 우리 인간 삶의 역사는 주기율표의 원소들처럼 어떤 압운을 가진 이야기로 환원될 수 있을까?  말이야 그럴 듯하지만 건조하고 맥빠지고 지나친 비약이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엄살>은 그만 부리고 싶어졌다. 한동안 내가 보낸 시간에 대한 후회, 내가 만났던 사람에 대한 미움, 언제고 닥쳐올지 모를 위험에 대한 경계로 오늘을 갉아 먹는 따위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고 결심같은 단단함이 가슴 속을 돌아다녔다.

 

올해 첫 주, 이 책을 읽으며 내 기억의 힘과 상상의 힘이  앞으로 더욱 건강하기를 바란다.

 

 

 같이 보면 좋은 책:

서경식 씨의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 디아스포라 기행> 과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레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