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희미흐미

자몽미소 2008. 11. 18. 19:19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를 아주 재미있게 읽고 <제 3의 침팬지>를 연이어 읽었다.

 

<제 3의 침팬지>를 읽다가  오래 전에 읽어 기억이 희미해진 데즈먼드 모리스의 < 털없는 원숭이>를 다시 읽다 보니 그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다. <인간동물원>을 읽은 후, 지금은 같은 저자의 <친밀한 행동>을 읽고 있는데,

 

하루는 남편이 전화를 해 와서 무슨 책 읽냐고 물었다

 

"응,  제 3의 침팬지, 아니!  털없는 원숭이! " 라고 했더니,

"맨날 왜 원숭이 이야기냐!"며 껄껄 웃었다.

 

이 모든 책이 사실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문명파괴의 원인을 몇 개의 요인으로 분석했는데 그 중 하나로  부족의 지도자들, 즉  권력을 가졌으나 우매한 인간을 들었다. 침팬지의 유전자와 거의 닮은 제 3의 침팬지인 인간, 지구 생물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군림하는 인간은  지금까지의 발전 방향( 힘센 자가 약한 자를 억압하는 발전)을 고수한다면 인류 재앙의  제일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데즈먼드 모리스도 털없는 원숭이로 진화한 우리 인간이 인구 수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것으로 본다. 인간의 행동 저변에 동물의 행동양식이 아직도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하는 그의 글은  신의 자식이라는 인간의 자만심을 조롱한다.  동물에서 인간을 알아차린, 그리고 인간에게서 동물을 찾아낸 그의 분석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보다 더 인간을 잘 파헤쳐 보인다고 생각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에는 글쎄 하다가도 동물 행동과 인간 행동을 빚대어 볼 때면 고개 끄덕여진다.

 

그런데 사람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요새, 이 몸은 어떤 호르몬인가 작용이 부실해서 표면상  게으름이라는 딱지가 덕게덕게 붙어 버렸다. 생각의 가닥이 흐려져서 근래는 독후감을 쓰지 않게 된다.

내 뼈를 <바람>처럼 휘이 일어나게 하고, 내 피를 팔딱이게 할 영양소가 필요하다.  데즈몬드 모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지금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를 자극할 행동, ,자극행동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 자극이 무엇인지는  고를 대답도 보이지 않고 무척 어렵다. 

오랜 가뭄에 비를 부르는 제사장처럼 외쳐 본다. 다오,다오,다오!!

 

친구에게, 와 다오!  해볼까, 남편에게, 해 다오!  해볼까 

"다오" 앞에 몇 개의 동사를 붙여 봐도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동사 아니라 명사를 붙여

돈 다오! 밥 다오!  도 아니다.

복지 국가의 편안한 신민처럼  배 부르고 등 따순 자의 갈증이 맞겠다 싶지만,  역시 내 몸의 기운은 발기가 안 되고 있으니 발딱 일어나게 하는 < 비아그라>를 투약할 시점이다. 비아그라, 하다 보니 비았구나, 비였구나 로도 들린다. 비었다! 나! 비였구나. 한다.

 

게다가, 이제는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이라던  장석남 시인의 표현처럼, 누군가 그리워 가슴이 절절해지는 일도 잠시 뿐. 이내 평상심으로 돌아오고 말고, 친구들에겐 <언제 만나, 언제 한 번 커피 하자!> 실행의지 희미한 인사만 남기며 나 먼저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