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군대를 버린 나라-2011년 책읽기

자몽미소 2011. 12. 31. 05:31

 

 

-책을 읽고 내 생각

1. 군대가 없는 나라

 

헌법으로 군대를 금지한 나라는 일본과 코스타리카가 있다.

그러나 일본의 한편에서는 군대를 금지한 <헌법 9조>가 미국에 의해 강제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군대를 금한다는 헌법 내용을 일본 자주권을 내세워 고치려한다. 반대편에는 일본이 다시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고통받지 않기 위해 <헌법 9조>가 "평화헌법" 으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헌법 9조를 개정하려는 일본 우익의 움직임에 맞서 평화운동을 벌여 왔다. 그러나 사실상  일본은 군대를 가지고 있다.  군대 조직을 갖지 않는다 하였지만 자국의 안전을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자위대'를 두었다. 자위대는 제국 시대의 징병이 아니라 모병으로 이루어진 것만 다를 뿐 사실상의 군대이다.

 

저자, 이다치 리키야는 중학생 시절 사회 교사로부터 군대가 없는 나라인 코스타리카에 관해 알게 되었다. 군대가 없다는 것은 한 국가가 군대라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이외에 군대를 안 가져도 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을 것이고, 그 합의를 이루어낸 문화 배경이 있을 것이었다. 이 책은 중학생의 관심이 대학과 대학원의 논문으로 이어지면서 만들어졌다. 코스타리카는 어떻게 해서 군대를 갖지 않는 나라가 되었을까를 궁금해하다보니  코스타리카의 역사와 정치, 교육과 문화 등의 연구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은 딱딱한 연구서가 아니다 오히려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듯한  저자의 글쓰기 덕분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코스타리카에 대해 어렴풋이 애정이 생긴다. 가난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오히려 내 욕망의 불순을 알아차리며 부끄러워지는 것처럼, 가난하지만 풍요한 마음의 소유자인 코스타리카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의 국가와 국가 체계가 길들인 우리의 정신 세계를 들여다 보게 된다.

 

2. 고만고만한 상태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잘 모르다가 지도를 보니 "코스타리카"는 미국과 중남미의 사이, 파나마 운하로 유명한 곳 바로 위에 겨우 붙은 듯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대략 소개된 내용을 보니 이 땅의 원주민들을 몰아낸 스페인의 후예들이 국민의 70 % 이상이고, 지형적으로 열강들이 욕심을 가질만한 자원은 별로 없는, 그래서 한 번도 부자였던 적은 없는 나라이다.  그래도 나라 안에서의 세력 다툼 때문에 오랫동안 겪은 내전의 상처도 있어서, 전쟁의 참혹함을 알고 있는 나라였다. 저자는 군대가 없다는 이 작은 나라에 매료되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원주민에 대한 인권 문제라든지 여성과 어린이의 지위가 튼튼하지 못하는 등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지구의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군대를 강하게 하는 것이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 가치체계에 갇혀 있는 이 시대에 어떻게 쥐뿔도 없는 이 나라가 군대를 안 가지고도 버티고 있나 하는 것들을 조사해 보았다.  저자는 그 이유를 "고만고만한 것이 좋다'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연유한다고 하였다.

 

가난한 살림에 돈이 군대로 들어가 버리면 결국, 살림이 더욱 피폐해진다는 점에 국민의 동의가 있다는 것이다.  나라 안에 남들이 탐할 것도 없으니 내 것 안 뺏기려고 군대를 가지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군대와 민주주의는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긴다.  대통령과 같은 권력자들을 보호하고 경비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기 보다는 대통령은 어떤 기간 중에만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식이다.  권력자나 시민이나 모두 같은 사람들인데 타인을 적으로 생각하며 경계하는 불필요한 긴장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돌을 들고 있으면 그를 만나기 위해서 오는 사람도 돌을 들어야 한다. 서로 모두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돌을 들었다고 말하겠지만 그 생각 밑바탕에는 그 돌로 너를 칠 수도 있다는 전제가 있다. 군대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상대가 더 큰 돌을 들고 더 큰 방패를 가지면 내 돌과 칼은 더 크고 힘이 세어야 한다. 코스타리카는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만들지 않고, 군대에 들어갈 예산을 사람들이 제대로 잘 사는 것에 써야 한다고 합의를 하였다. 한 대통령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때 국민은 모두 일어나 대통령을 탄핵했다. 아주 가난한 나라라고 알려졌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나라다. 무기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힘이 이 나라 국민에게 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국민의 힘이라, 너무 잘 살려고 하지도 않고 요 정도에서 고만고만하게 살아도 좋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그러니 정치가가 "부국 강병"을 외칠 때 그 말의 허위를 지적하고 반대할 수 있는 것이다.

 

3. 우리의 교육

 

우리는 어떤가.  학교 역사 시간에 배운 "10만 양병설"은 군대를 준비하지 못한 정치가를 비판하고, "부국강병"만이 우리의 살 길이었음을 강조한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 때 나라를 구한 장군들이 있다. 그들은 한민족의 영웅이고 길이 숭앙되어야 할 자기희생의 표본으로서 아이들은 이 위대한 인물들을 존경하고 닯고 싶어하도록 배운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는 우리 나라가 잘 살려면 막강한 군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미국 군대가 개입한 육이오 전쟁을 배우면서도 우리에게 전쟁의 교훈으로 남는 것은 어떻게 하면 전쟁이 없는 나라와 세계를 만들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안도하게 한 것은 맥아더라는 미국의 장군이 용감한 지혜로 인천 상륙작전을 하였고 그 힘으로 북한군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전쟁 이후, 우리 나라 정치권력들은 미국의 힘을 '정의의 힘'이라고 국민이 합의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우리 정치의 뒤에는 미국의 정치 권력이 있었고, 미국은 정의로 간주되었으므로 미국편에 서 있는 권력은 정의를 지향하는 세력처럼 보였다.  

미국 또한 세계의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선"으로 여기도록 하였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더욱더 힘을 키운 미국은 세계의 지도자가 되었다. 경제와 정치와 문화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어떤 반성과 성찰없이 스스로를 "선"이라고 믿었기에  미국에 대항하거나 반대하는 나라는 모두 "악"이 되었다. 악의 세력은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므로, 미국은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에서 전쟁을 벌였다. 그 전쟁의 이름은 악과의 전쟁이었고, 악을 징벌하는 미군은 평화의 군대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항상 더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나라다. 미국이 만든 무기는 상품이고, 이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상품은 전쟁 시장에서나 팔리는 것이다. 미국이 살기 위해서는 세상은 서로 싸움이 일어나야 한다. 싸움이 일어나는 곳이든,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곳이든 미국의 전쟁상품은 유용하다. 막강한 무기를 가진 나라에 대고 뻗대기 보다는 서로 잘 지내자는 실리외교가 미국 정치의 하수 세력을 만들었다. 대부분 이 하수 세력이 한 나라의 지도부가 되는 경우가 많아 미국의 권력은 계속해서 굳건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은 미국은 좋은 나라로 믿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미국의 벌이는 전쟁에 반대하지 못한다. 미국의 군대가 일으킬 폭력이란 더 큰 악을 물리치는 어쩔 수 없음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4. 전쟁과 폭력이 없으면 평화인가?

 

책 말미에 저자는 어떤 것이 평화인가를 성찰하면서 평화란 몸의 건강과 유사하다고 하였다.

 

  --책 198 쪽

평화와 폭력의 관계는 건강과 질병의 관계와 닯아 있다. 건강에는 '끝'이 없다. 건강한 사람은 몸 상태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운동을 하거나 영양 밸런스를 고려한 식사를 하며 보다 좋은 상태를 목표로 한다.

평화도 마찬가지다. 100 퍼센트 완전 평화의 도착점은 이념적으로는 존재할지 몰라도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평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

 

질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기력이나 체력이 없으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평화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폭력이 없으면 평화로운가. 그렇지 않다. 질병에만 계속 신경을 쓰는 것이 건강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만을 생각해서는 좀처럼 평화에 도달하지 못한다. 운동만 해서도 좋은 것이 아니고, 영양에만 신경을 써도 안 된다. 취미 시간을 갖고 책을 읽고 마음의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평화도 건강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인권, 환경, 자유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한 하나의 가치관으로서 인식해야만 하는 것이다.

 

 

 

5. 조냥정신의 섬과 "푸라비다"의 방향성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화는 "푸라비다-pure life" 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순수하고 소박한 생활과 인생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군대는 불필요하며 군대는 과대한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므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생각이 코스타리카의 심층문화가 되어서 집단적이고 정신적인 방향을 결정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욕망과 욕망이 서로 충돌하는 곳에 다툼이 일어난다. 2008년의 보도에 따르면 코스타리카에는 "질병과 노쇠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이 없는 마을" 이라든가 " 상해나 절도가 1 건도 없는 마을' 등이 있다고 한다.

 

코스타리카의 사례를 읽다 보니, 근대화 이전의 제주를 떠올리게 된다. 도둑이 없어서 대문이 없다는 제주의 풍속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이 섬에는 관광개발과 그에 따른 경제 이익이라는 반짝이는 황금을 따기 위해, 군사기지 마저도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니까 들여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들은 '부국강병'의 논리를 앞세워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빨갱이' 세력으로 호도하기까지 한다. 평화에 대한 가치의 방향이 다른 사람들과 이제, 고만고만 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나눌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