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고지도의 비밀-2012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2. 1. 26. 08:51

 

 

중국 역사의 한 때, 세계를 향해 뻗어가던 때의 증거 자료를 지도에서 찾은 저자의 박식함이 무궁무진하여 따라 읽기 버거웠던 책이다.

중국의 고지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적고, 지도의 세계에 관한 흥미도 얇았기에 읽기 어려웠던 책이지만 대항해 시대 이전의 중국의 정세는 흥미로웠다.

왜 중국이 서방 세계에 종이, 화약, 인쇄술 같은 고도의 기술을 전해 주던 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항해 시대 이후에는 서방 세력에게 당해야 했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은 14장 이후부터 쓰여져서, 그 이후의 글이 재미있었다.

저자는 당송 시대에 중국을 지배했던 도교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만들었던 이유라고 짚었다.

도교의 영향은 광범위해서 수많은 중국의 전통 과학 기술자가 도학자이거나 도교를 숭상하는 이들이었다. 도교의 이념은 수천 년 전의 원시 농경시대에 싹이 트고 도교의 자연주의 철학이 중국의 전통 과학 기술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도교는 자연을 숭상하는 철학 이념이기 때문에 당나라 사람들은 외국과의 왕래와 외국 물품에 주목하여 훌륭한 외래 문화를 흡수하는 데 열중했다. 이런 개방적인 분위가가 형성되어 당나라는 열린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송나라 때도 도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도교 신자들은 하늘과 땅에 제사를 올리는 의례를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그 목적을 위해서는 천문학과 지리학에 정통한 도학자는 천문도와 지도를 제작하는 데 열중했다. 도교의 새싹이 움튼 8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기까지 '도'는 중국에서 전통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도교는 자연을 숭상하므로 각양각색의 자연현상과 사물에 지대한 흥미를 보이는 반면, 유교는 신분의 높고 낮음과 도덕규범이 핵심인 사상 체계이다. 유교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 관계를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과 같은 계급 관계로 보았다. 그래서 유교는 사람의 마음 속 세계를 중시했을 뿐 자연현상과 법칙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교가 통치적 지위를 차지한 시대에는 중국의 전통과학 기술은 정체되었다. 유교의 도덕관념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생각은 사회와 자연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충효 사사의 영향으로 중국인의 시야와 사유방식은 틀 안에 갇히고 말았다.

저자는 유럽이  17-8 세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유럽인의 사유방식에서 찾았다. 개방형으로 전환된 사유방식이 유럽인의 시선을 세계로 나아가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랍과 인도 중국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여 외래 문화의 정수를 본토문화와 결합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과학을 잉태하였고 지리상의 발견을 하였으며 이제 세계를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들이 발전시킨 현대과학은 결국 아랍, 인도, 중국, 그리스 문화의 결정체 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아쉬움이 짙게 깔려 있는 듯 보인다.

저자는 중국의 전통 문화에서 노자의 자연주의 철학이 계승되었다면 중국의 과학 기술은 발전하였을 것이고 그 원동력으로 현대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송 시대의 도교와 노자 철학이 맥을 잃어 버린 결과 앞서가던 중국이 서구 세력의 후발주자가 되어 버린 것이라는 아쉬움, 이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무기와 부가 아니라 자연법칙과 철학이념이어야 할 것이라는 아쉬움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아쉬움은, 이 책의 저자가 고지도를 그렇게나 많이 공부하였으면서도 중국의 이웃나라인 한국이나 일본의 위치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작은 섬 독도를 놓고 벌이는 갈등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을 법하지만 언급이 전혀 없다. 저자가 본 수많은 고지도는 중국이 세계를 향해 어떤 위치였는지를 보기 위한 수단이었다. 중국이 차지했어야 할 것을 다른 이들에게 뺏겨 버린 원인이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데 집중했다. 세계의 주인이 중국이어야 했는데 왜 그렇게 되지 못했나, 하는 것에 대한 구구한 설명, 그것을 고지도를 통해서 밝히고자 하였던 것, 그래서 중국이 개방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