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몽환화 夢幻花-히가시노게이고- 2013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3. 9. 26. 18:26

 * 소설의 얼개

 

 

죽음1. 동경 올림픽을 이 년 앞둔 어느 날, 지나가는 행인을 무차별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 날 일본도를 든 남자가 묻지마 살해를 한 중에 어머니의 품에 꼭 안겨 있던 한 명의 여자아이만 살아 남았다. 한 살 난 그 아이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죽음2. 뮤지션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청년이 자기 집 방에서 투신한다. 왜 그가 자살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체육, 수학, 그림에까지 소질이 가득하여서 주위에서 천재라고 불리던 청년이었다.

 

죽음 3. 식물학자로 정년을 맞은 노인, 그의 유일한 취미는 화초 가꾸기이다. 아내를 여의고 홀로 살며 여러가지 꽃을 가꾼다. 그가 손자가 자살한 몇 달 후에 살해당한다.

 

 

만남 1. 나팔꽃 시장이 열리는 때마다 가족 나들이를 하는 집이 있다. 이 집의 둘째 아들인 중학교 2학년인 소년(요우타)은 이날, 소녀를 만난다. 그후 둘이는 매우 가까져워졌다. 그러나 어느 날,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의 컴퓨터를 조사하게 되고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보다는 공부에 열중하도록 주의를 준다. 이와 동시에 소녀로부터 이별의 통보가 온다. 그 후 소년은 소녀를 만나지 못한다.

 

만남2.  올림픽 수영 선수였던 리노 는  지금은 대학생으로  일 년 전부터는 수영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에만 들어가면 몸이 굳어지는 증세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사촌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장례식장에서 외할아버지를 만난 후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에 놀라가게 되는데, 리노는 할아버지가 화초에 대한 책을 내려는 걸 알고, 블로그를 개설해 준다.  블로그에 할아버지가 키우는 식물들을 소개하고 올리는 일도 도와준다. 그런데, 사촌이 자살 한 후 몇 달 후에 할아버지가 살해된다.  며칠 후 그 블로그를 폐쇄하라는 메세지를 받게 되고, 할아버지가 아꼈던 꽃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리노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채로 블로그 폐쇄를 권고한 사람을 만난다. 그는 자신을 식물개발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할아버지의 꽃이 매우 위험하니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고 떠난다.

 

만남3. 나팔꽃시장에 갔다가 만난 소녀와의 교제가 가족의 방해를 받은 후 부터 청년은 가족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았다. 형도 아버지도 뭔가 벽을 세우고 자신을 대하는 것을 느낀 소년은 지방 대학을  선택해 집과 떨어져 지낸다. 그의 전공학과는 원자력공학이었고, 박사과정생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나는 바람에 취업을 하든 연구를 하든, 이 분야는 사람들의 편견을 받음은 물론 자신의 인생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게 되면서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동경의 자기 집에 오게 되었는데, 자기 형을 찾아온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여학생이 알고 있는 형의 일과 자기가 알고 있는 형의 일이 생판 다른 것을 알게 된다. 형은 식물연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경찰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영문인지 모르나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여학생과 말을 맞추어 보니 의문투성이인 형의 정체를 밝혀보고 싶어졌다. 그 여학생은 올림픽 선수였던 리노 였고, 할아버지가 살해된 사건이 할아버지가 키우던 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년은 자기 형이 그 꽃과 연관 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우연1. 리노와 의견을 주고받던 중, 리노의 자살한 사촌이 활동하던 음악밴드의 노래를 들으러 가게 된다. 그런데 그 날 요우타 청년은 중학교 때 헤어졌던 여학생이 무대 위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였는데 소녀는 사람을 잘못 보았다며 황급히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가 밴드에도 나오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연2. 경찰관 k 는 자기 관할에서 발생한  독거 노인 살해 사건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 노인이 몇 년 전 자기 아들을 구해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둑으로 몰린 자기 아들의 결백을 증명해 주느라 진짜 좀도둑을 잡으며 몸을 다치기도 했었기에 기억이 분명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아들이 아버지에게 부탁한다. 아버지의 손으로 범인을 잡아달라고.

하지만 수사는 난항에 난항을 거듭한다. 단순 도둑의 소행이라고 해도, 원한 관계에 의해서라 해도 사건을 열 열쇠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 책 속에서

 

p 188

" 꽃 색은 색소로 결정되지. 나팔꽃의 색깔은, 푸른색, 보라색, 어두운 빨강, 밝은 빨강, 이걸로 서로 섞이는 거야. 기본적으로는 황색의 색소가 아니지. 정확히는 색소자체는 아무 의미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하얀 나팔꽃이 그런데, 색소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결함이 생긴 것이지. 내가 가진 이 황색 나팔꽃의 경우도, 그런 종류의 하나야."

 

" 짙은 황색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가로티노이드 색소가 필요해. 이것은 현재 존재하는 나팔꽃에는 함유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환상의 꽃인 것이지"

 

p 190

" 나는 여기서 매년 씨앗을 파종하고 있는데, 신이 허락한 씨앗만 파종해"

"변화하는 나팔꽃은 재밌어. 나처럼 매년 이걸 해온 사람도 교배에 의해서 어떤 꽃이 필까 완전히 예측하기 어렵거든. 그게 재밌어. 그렇지만 말야, 그것은 유전자를 교합하는 놀이야. 숭고하긴 하지만 아주 위험하기도 한 것이지. 그래서 그것을 재미로 하기 위해서는 신이 허락해 준 한에서만 하지 않으면 안 돼"

"어떤 꽃이 신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거지요?"

" 그것을 알 수가 없어. 계속 생존하고 있다 하면 허락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있을 것은 있는 그대로.. 라는 게 내 생각이야. 거꾸로 이야기 해서 없어질 것은 없어지게 마련이겠지. 어떤 씨앗이 줄어들어간다 하는 것은 사라져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지. 황색 나팔꽃이 사라져버린 것도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테니까."

" 내가 나팔꽃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삼촌 영향이었는데, 그 분이 이렇게 저렇게 나팔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는 나도 해 보고 싶어졌거든. 하지만 삼촌이 어느 날 나에게 , 어떤 꽃을 키워도 좋지만 황색 나팔꽃만은 하지 말거라, 그러더군. 이유를 물었더니 그건 몽환꽃이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어."

" 몽환의 꽃이기 때문에 그걸 따라가다가 자기 몸이 죽는다고."

 

 

p 361

"내 경우, 불만이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야. 그래도 세상은 비슷한 일이 많지 않아? 가부끼 처럼 전통 예능은 그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 이어갈 의무를 진 것이 당연하잖아. 대를 이은 가게도 그렇고"

세상은 짊어지고 가야 할 유산이라는 게 있어. 그것을 내버려서 없어지게 된다면 그대로 있어도 좋아.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지 않겠어? 황색 나팔꽃의 씨앗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누군가가 계속 감시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것이 마성의 식물을 퍼뜨린 사람의 피를 이어받은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해. 도망쳐 버리면 안 돼"

 

 

p366

 

"나오미는 자주 이야기 했어. 리노는 바보라고. 뛰어난 재능이 있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야. 리노는 수영선수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어. 재능을  받은 사람의 의무지. 그걸 무거운 짐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사치야. 어떤 의무도 받지 못한 일이 얼마나 허무하고 공허한지, 리노는 모른다고 말야"

 

 

p 369

"원자력 발전소의 존재인데, 만약 2030년에 기동을 완전히 멈춘다고 해도 원자력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 그야말로 전혀 원료를 때지 않는다고 해도 50년 이상이나 된 발전소에서 썼던 대량의 연료가 보존 되어 있는 상태잖아.

보통 집은 그냥 방치해 두면 폐가가 되지.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달라. 방치해 버리면 마음대로 폐로가 되는 게 아니지. 만약에 원자력으로 전기를 쓰지 않게 되더라도 엄중하게 관리하고 진중하게 폐로의 순서를 밟아나가야 할 필요가 있어. 덕분에 폐로할 때는 방대한 양의 방사성 페기물이 발생할 거야. 그것을 처분할 장소조차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잖아. 그 장소를 만들까 말까도 아직 불분명해. 거꾸로 처분할 장소가 만들어져서 그것을 묻는다고 해도 방사능 레벨이 안전치 아래로 가도록 까지는 몇 만년이 걸려. 실제 이 나라는 이제 원자력발전소에서 도망갈 수가 없게 되었어. 그런 선택을 몇 십 년 전에 하게 된 거지"

 

" 만약에 이후에 일본이 원자력 발전을 사용하게 되어도 안전면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높은 기술이 필요해.  역으로 철퇴한다고 하면 어떨가, 나는 추진하는 것 이상으로 더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세계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문제에서 앞을 향해 나갈 밖에는 없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

세상은 짊어지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그것이 방치해도 되는 것이라면 그대로 두어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라면 누군가는 이어나가지 않으면 안 돼."

 

 

▣책을 읽고 내 생각

소재는 마약 성분이 강하여 위험한, 황색 나팔꽃에 관한 것이지만,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자신의 재능에 자신을 못 가진 젊은이가 자살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젊음이들이 자기 방에 틀어박혀 시간을 탕진하고 있는 요즘, 작가는 태어나면서 받는 재능과 세상으로부터 부여 받은 의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묻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소설은 이미 2002년 7월부터 2004년 6월 까지 연재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2010년 동북지방의 쯔나미로 원자력 발전소가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 처리에 골몰하는 현재 일본의 분위기를 첨가하여 소설을 내놓았다.  원자력 문제는 일본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도쿄 전력에서는 이 직장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고, 원자력을 공부하던 학생들은 자신들의 진로 선택에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자력이 위험하니까 피하기만 해서 될 것인가, 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해서, 직접 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해서 모른 척 해서 될 일인가에 대한 대답은 황색 나팔꽃의 존재를 찾아 나서 그 씨앗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는 인물들에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자기에게 주어진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젊은이, 또한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열망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타인과 더불어  즐겁게 나누지 못하는 젊은이의 사고 방식과 행동도 이 소설의 인물들에서 읽힌다.

 

 

이전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 축하의 막이 내릴 때 >와 마찬가지로 형사 사건이지만 결국은 우리네 사는 이야기이다. 축하의 막이 내릴 때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가를 이해하는 소설이었다면 이 소설은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고민이 담긴 소설이다.

 

읽은 날짜: 2013년 9월 22일-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