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의 시-빈 집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른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데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짐에 갇혔..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기형도의 시-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時着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낮잠 신자로 위에는 흙먼지,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기형도의 시-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태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히로히토의 종전조서를 읽는다 [책읽기]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 --‘종전 조서’ 800자로 전후 일본 다시 읽기 / 고모리 요이치 지음/뿌리와 이파리 출판사 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의 잡음 속에서 ‘대동아전쟁 종결에 관한 조서’를 읽는 쇼와 천황 히로히토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4분 42초. 전쟁은 그렇게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5.08.17
녹색시민구보씨의 하루 [책읽기] 내 몸이 소비 하는 또 하나의 무게 54 킬로. 스스로를 소비자로 여겨본 적이 없는 구보씨, 그의 하루를 따라 가 보면 우리가 스스로를 낭비하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일이 굉장한 오류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인들은 매일 1인당 1킬로그램 정도의 쓰레기를 버리며 54킬로그램정도의 자원을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3.08.13
그 섬에 유배된 사람들 [책읽기] 중죄인들을 멀리 보내 다시는 모반의 힘을 쓸 수 없도록 했던 유배는, 죽음 이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기 상실을 경험하게 하고 절망과 고독으로 한 인간을 철저히 시험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조선 시대의 유배는 그 정치적 격랑 때문에 추방되었던 자가 선택이 되고, 선택이 되었던 자가 처..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3.08.06
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스키타... [책읽기] 자동차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라는 자본주의 경제법칙과 고도 성장기의 시대 정신에 가장 잘 맞는 상품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란 무엇인가? 자동차가 이기심을 확대하는 도구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는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악영향, 약자에게 미치는 악역향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지며 자동차를 가지..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