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2008년의 책읽기 7

자몽미소 2008. 2. 15. 14:51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읽었다.

자전적 소설이지만, 회고록에 가까운 글이다.

여자의 삶 중에 <어머니>의 삶이 주는 감동, 한국의 어머니나 일본의 어머니나 다를 바 없는 모성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고 지금 내 자신 어머니로 살고 있는 시간을 돌아보게도 하는 소설이다. 언제나 아들 뒤에서 따뜻함이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머니의 드높은 모델로서 이 소설의 어머니를 만나고 나면, 이 글의 지은이가 유독 많이 쓰던 단어 <빙글빙글>처럼, 어머니, 아버지, 나와 가족, 성장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빙빙 마음을 돌아다닌다.  나는 너의 뒤를 보고 너는 그의 뒤를 보며 살아간다 우리는. 사실 내가 만나는 너의 얼굴을 그는 알지 못하고  그가 알고 있는 너의 모습을 나도 모른 채 살아가게되는 세상의 이치를 이 책의 세 사람, 어머니 그리고 나, 가끔 등장하는 아버지를 통해 보게 된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책에서 많이 만났다.

예를 들면,

 

-내 인생의 예측 가능한 미래와 과거의 무게, 자신의 인생에서 미래 쪽이 더 중요한 종족과, 이미 지나가버린 일 쪽이 더 묵직하게 덮쳐드는 종족. 그 두 부류의 종족이 가령 같은 환경에서 같은 생각을 품고 있다 해도, 거기에는 명백히 다른 시간이 흐르고  전혀 다른 견해가 생겨난다.

 

-자기 일로 정신없이 돌아가다 보면 뛰건 구르건 그 시간은 정지한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밖에 보이지 않고 자신의 체내 시계만 보고 있으면 세상의 시간은 움직이지 않은 거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문득 발을 멈추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게 되면, 문득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 자신이 아니라 대상을 향해 오랜만에 시선이 옮겨갔을 때, 시간이 완전히 정지된 것처럼 보냈던 때에도 분명하게 일력은 넘어가고 또 넘어갔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다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쿄 타워로 대변되는 꿈과 이상 같은 것, 청소년 시기에 동경으로 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간 아버지,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하며 자유와 독립을 꿈꾸던 아들, 홀로 아들을 키우며 씩씩하게 살아보려 했으나 자기 설 땅을 만들어내지 못한 어머니, 그래서 그 세 사람은 대도시 동경에서 각각 이방인이었고 가난하여 자기들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끝까지 남는 한 가지, 가족으로 남아 있고자 했던 소망, 특히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헌신이 이 소설을 낳았다. 살아생전에 어머니에게 드릴 책을 쓰지 못했던 작가의 회한과 버무려진 이 소설은 그래서 문학적인 가치를 논하기 전에 재빨리 독자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후, 변화하는 인간을 목격하고 나면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절망하는 사람들은 희망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저기서 상을 받고 책이 많이 팔린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이 책을 읽고 한차미나 목소리도 듣지 못했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든가 뭔가 쑥스럽지만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하자고 불러냈다든가 하는 독자들의 반응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다 읽고 책을 덮자마자 벌써 다른 영역으로 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단 1분 1초라도 책을 읽은 이의 생활이나 감각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제게는 기쁨입니다.

-- <책방대상 2006> 수상 소감에서

 

 

 

 

 

 

 

 

영화

 

 

 

 

 영화는 책의 줄거리에 주로 따랐지만 거기에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색깔과 내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덧붙져 있어 또다른 감동이었다.

60 년대와 70년대의 어린 시절, 일본의 쓰러져 가는 탄광지역 사람들의 일상,  한국의 시골과 마찬가지로  아직  그곳에도 인정이 남아  있던  장소가 있었다는 확인을 하면서 일본이라는 외국이 아니라 마치 내 고향의 어린 날을 회상하듯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와 상반되는 도시의 삶,  도쿄 타워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뿌리 없는 불안도 영화의 화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젊은 날 서울을 동경하던 내가 서울입성을 했다면 저리 되지 않았을까 싶은 추측도 하게 했다.

 

그러나 카메라가 잡아 주는 묘미는 봄날의 벚꽃이라든가 벚꽃 피는 날의 눈처럼 주인공의 독백을 따라 나 자신도 영화의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에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보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줄줄 났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 영화 꼭 보세요!! 라며 적극 추천까지 하였다.

 

사람 사는 거 저기나 여기나 매한가지라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영화를 본 후의 흐믓함이 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