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농담하는 카메라/성석제 산문집- 2008년의 책읽기 26

자몽미소 2008. 6. 16. 15:52

 

작가의 말-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인간은 기록하는 존재이다. 동굴 별게 그림을 그린 선사 시대의 우리 선조처럼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는 스스로를 기록해나간다.

또한 인간은 농담하는 존재이다. 나는 우리의 선조들이 어딘가에 농담을 기록해놓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무문토기와 돌도끼를 쓰던 시대에도 적당한 도구, 가령 문자가 있었더라면 인류가 농담과 함께 번성해왔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에는 기록할 거리를 만드는 나, 기록하는 존재로서의 나, 기록의 저장매채엔 내가 들어 있다. 소설은 작가에 의해 고도로 조작된 허구이나 산문은 나의 생각과 상상, 삶이 카메라에 찍힌 그대로이듯 별다른 조작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상당한 조작이 가해진 것을 발견했다.

카메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자동카메라조차 최소한 셔터를 누르는 조작은 필요하다. 또 카메라를 쥐고 있는 위치에 따라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고유한 관점이 생기게 되어 있다. 그러니 특별한 기술이 없다고 해도 사진은 언제나 조작의 결과물이 될 수밖에 없다. 전혀 조작하지 않는 것은 조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렇다고 이 책의 글들이 허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내 조작의 셔터는 농담이다. 아니 나라는 카메라 자체가 농담을 좋아한다. '농담 유전자' 는 인류의 조상이 후손에게 물려준 생존에 불가결한 유전자이다. 농담 유전자는 개인에게는 건강을 선물하고 공동체의 활기를 높여준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원래 건강하고 수준 높은 삶을 살게 되어 있었다. 물론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농담이 활개 치는 스스로의 숲을 발견하기를, 또한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보물을 찾으러 뒤란에 갈 때처럼 설렘을 가질 수 있기를.( 2008년 5월 성석제)

 

 

 

 

어제 모임에 갔다가 성석제의 이 산문집을 이야기 했더니, 지난 달 이비에스 방송에서 성석제 씨를 봤는데 '너무 멋졌다' 고 했다. 방송에 나온 성석제 씨의 얼굴이라든가 외양, 목소리에 반한 것은 아니지만, 나도 성석제에게 반한 한 사람이다. 새 책이 나왔다길래 얼른 사서 읽었다.

 

가끔은 키득거리기도 하고, 글 안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모습에서 유쾌한 성격을 발견하며 즐거워졌다.

제 1부, 나는 카메라다, 제 2부, 길 위의 문장, 제 3부 마음의 비경, 이렇게 세 묶음으로 갈라 어린 시절의 추억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 또는 이 세상의 사소한 모습이 작가의 카메라에 담겼다. 우리가 놓치고 보지 못했던 것을 마주하여 딴지를 걸기도 하고, 그러려니 넘어갔던 것들의 이면을 파고들며 입담의 장단이 흥겨웠다. 게다가 유유상종이겠지 작가가 등장시키는 글 속의 사람들도 악동처럼 순진무구의 쾌활함이 엿보여서 작가의 책을 마주한 독자에게도 웃음의 바이러스가 전염되기도 했다. 책의 거의 모든 곳에 눈 살짝 부드러워지는 여유가 있었다. 스스로 명명하길 <농담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 했으니, 그이의 책을 읽고 있다 보면, 내 속에도 분명 있었는데 잠시 뵈지 않았던  농담의 세포들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것 같다. 책을 덮으며 우와, 재미있게 사는 법이란 이런 거구나 싶은  명랑한 깨달음도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