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전쟁동화집-2008년의 책읽기 29

자몽미소 2008. 7. 27. 13:09

 

 전쟁동화집-  ◎  책이 있는 마을

지은이: 노사카 아키유키:

노사카 아키유키의 작품은 전쟁과 이어져 있다. 

1930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난 그는 양자로 들어가 고베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1945년 6월, 열 다섯 살 나이에 폭격으로 부모를 잃고, 네 살짜리 여동생과 폐허가 된 도시를 방황한다. 그 와중에 영양실조에 걸려 여동생을 잃었다. 그 경험이 <반딧불이의 묘> 라는 작품으로 나왔고, 反戰 이란 단어로 일생을 살게 하였다.

 

1974년 1월에서 12월까지<부인공론>에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한 것이 <전쟁동화집>이다. 이야기의 시점이 모두 1945년 8월 15일 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하고 있다.  

 

 

 

 

책 속의 이야기들 

 

 

"인간은 모두 나약한 존재다. 그러나 그런 사람만이 동물이나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강인한 인간과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 외로운  인간이다"

 

책 속 이야기의 시간은 모두 1945년 8월 15일

 

 

 

 ************************************************************************************************************************

 

8월 15일은  나에게 무슨 날이었나?

 

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 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8월 15일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광복절 노래였다.

 방학 중이었지만 시민 회관 기념식에 참석하여 이 노래를 불렀던 여고생 때, 나는 그 더운 날에도 이 노래를 부르던 중에  피부가 오소소 하며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었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을 생각하며 두 눈이 뜨거워지던 그 때 나는 애국소녀였던가? 일제 36년의 억울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는 모범 국민이었던가? 그 후 오랫동안 광복절 이 날이 되면 광복절 노래의 음률에 따라 태극기 휘날리듯 내 마음은 펄럭이고 가슴은 노래 가사의 뜻을 새기며  더워지곤 했었다. 일본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본 적이 없었고, 일본어를 배운다는 것도 매국노의 짓같아 왠지 내키지 않던 때, 내게 보이는 일본인이라고는 제주도 특급 관광호텔 주변을 젊은 여자와 거니는 배 나온 일본 남자이거나, 텔레비젼을 통해 보는 극화된 일본인 뿐이었다. 가까워져서는 안 될 인간, 섬 나라 사람들인 그들은 책을 통해서나 미디어를 통해서 마주할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나는 일본의 또 다른 면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말하자면 친일파 라고 해도 틀리지 않게 일본 사람도 좋아하고 일본의 문화도 좋아하고 일본의 여러 지역을 그리워 하는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 게다가 요새는 일본어도 꾸준히 공부를 하며 일본을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겨 버렸다.

 

<전쟁동화집> 도 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만나게 되지 않았을 책이었다.

    

 그림책- 히로시마                                                               만화-맨발의 겐

 

그 전에 읽은 <히로시마> 나 <맨발의 겐>을 보지 않았다면,   1945년 8월에 일본 땅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그저 우리 나라를 해방시켜준 고마운 무기 라는 입장을 아무런 회의 없이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일본 제국 주의에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의 백성으로서 우리 민족의 한을 미국이 갚아주었다는 식의 역사교육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핵폭탄은 그저 전쟁을 종식 시켜 준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만화였지만 나는 <맨발의 겐>을 읽고 충격을 받기까지 했었다.  8월의 그 폭탄은 그저 어느  하루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펑 하고 터져서 그게 그만 천황을 놀라게 해서 항복을 하게 한 폭탄이 아니었던 것이다. 핵폭탄이 터지고 나서 겪는 일반 사람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만화 <맨발의 겐>을 보며 사실과 진실 사이의 간극을 만난 것 같았다. 벌받을 짓을 한 사람들, 벌 받을 짓을 한 나라의 국민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싸다 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이건 내 안에 숨어 자라고 있는 자기 중심적 사고 방식의 증거였다. 

 

나라와 나라 문제의 거대 담론 이전에 개인간의 사소한 오해와 갈등도 사실은 내 중심적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걸 숱하게 겪어 왔다. 자기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자신만을 도덕적 선에 두고 있으면  나를 이해 하지 못하는 타인의 생각을 알아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더구나 나를 공격하거나 나와 갈등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는 일은 더욱 할 수 없게 되는데,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나쁜 상대가 되어 버린다. 상호 이해와 양보가 없으니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는데, 우리 모두 아는 바와 같이 개인과 개인이 그렇고, 시민과 국가가 그렇고,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도 모두 이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양쪽에 힘의 논리가 전제된다는 것이다. 대개는 힘이 센 상대의 자기 중심성이 강하기 마련이어서 약자 편에서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맞딱뜨리게 된다. 내 이익은 상대의 손해를 감수해야만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 또한  일제 36년의 피해를 감수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양심적인 피해자의 위치에 있었는데, 양심적 피해자의 이데올로기란 게 도덕적 우위를 선점한 자의 자만도 함께 만들어냈던 것 같다. 일본의 경제 발전이라든가 질서를 존중하는 국민성,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는 미덕에 대한 칭송 조차도 일제 36년의 잔혹함을 들이대면 아무 것도 아닌 시시한 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마치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 앉아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흉볼 때 들이대는 비난의 잣대를 닮아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보여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볼 마음이나 생겼겠는가.

 

<전쟁동화집>은 전쟁을 미화한 이야기도 아니고, 전쟁에 동원되었던 일반 일본국민의 입장을 이해시키려는 의도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그 지옥 같은 장소에서 살아 남았던 한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그 날의 이야기일 뿐이다. 군인도 나오고 소년도 나오고 고래도 나오고 앵무새도 나오는 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국가와 민족, 군대와 정권은 희미한 배경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겪고 있는 운명처럼 그 시간 속에 놓여진 사람들은 바로 나일 수도 있는 존재들이다.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소년의 가슴이나 외딴 곳에 버려져 굶주려 죽는 병사의 꿈 속에서 전쟁은  결코 어떤 명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전쟁을 두려워 하는 모든 이와 이 동화집 속의 인물들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다. 즉 그들은 공통적으로 평화를 갈구하는 소망을 가졌으므로 우리와 소통 가능한 인물들인 것이다.

  

 

타 국가에 대해서 한 국가가 만들어 내고 있는 자국중심의 애국은 자칫 위험한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 그런 국민이 많아질수록 국가 안에서의 통합력은 뛰어나 보일지 모르지만 그 뜨거운 나라사랑의 마음이 장차 핵폭탄의 위력을 가진  정치적 무기로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근래는 티벳을 강제하는 중국의 권력과 베이징 올림픽에 몰린 중국민의 응집이 함께 가고 있다.  티벳을 옹호하는 것들을 못참아 하는 것은 중국 국가 권력이기도 하지만, 중국을 사랑하는 중국민 개인들의 힘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국가 속에 속한 국민이라는 존재는 인류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건의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다. 선동하는 국가의 논리에 맞춘 애국의 감정은 유독하다.  모든 일이 결국 사람의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상태를 지향하는 입자로 살아가야 하는가,  뜨겁다 못해 모두를 파괴하는 핵폭탄의 원자인가, 태양을 지향하는 따뜻함인가

 

<전쟁동화집> 속의 인물들을 만나며 나는 질문 하나를 숙제처럼 받아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