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제주를 자연치유섬으로 만들자는 모임에 다녀와서

자몽미소 2009. 3. 31. 15:21

 

 

 

 

 

 

 

 네 사람의 발표자가 이야기를 하고 나서 토론이 시작되었지만 그다지 활발하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자기를 소개한다거나 이 모임에관한 감상을 너무 길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의 요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그러면 발표자에게 적당한 질문이 되지 않았다.

앞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의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관해 비판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세 번째의 발표자는 자연치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조례를 이용할 수 있겠다는 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요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자연치유에 대한 생각들을 실질적인 법으로 만들어 보다 많은 혜택을 보자는 것이었다. 발표자가 변호사였으니까 우리가 모르는 방법 같은 게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들으며 내 생각과는 좀 더 다른 면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것 같아 노트 뒷쪽에 끄적거렸다. 자연치유라는 말은 자연적으로 (그러니까 현대 의료 기술의 도움 없이) 치유하자는 것인지, 자연 속에서 치유하자는 것인지( 숲 속 생활), 치유라는 것은 이미 병이 난 사람에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방을 위한 개념인지 이 모임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중심 생각이 구분되고 분명해져야 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자연스러운 것들을 아우를 것인가.

그건 그렇다치고, 자연치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서 토론이 많이 되었고 어떤 사람은 빨리 해 치워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귓속말로 급하게 하다 보면 스트레스 쌓일텐데 자연치유의 반대다. 라고 했더니 남편이 허허 웃었다.  논의는 자연치유를 위해서 음식을  어떻게 하고 운동을 어떻게 하고 하는 것보다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의 노력을 해서 이 섬을 하여간 치유의 섬으로 특화 하면 우리 모두에게 좋겠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그런데 나는 자연치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것, 모두 노력해야 하는 것, 법이라는 강한 제도를 이용해서 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 이 섬을 무농약의 섬으로 만들어 보면 어떤가 하는 심정이었다. 그게 자연치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법을 만들었는데 그 법이라는 게 양의와 한의를 아우를 수 있는 병원이나 시설을 짓는 것에 보다 손쉬운 법절차를 만드는 것 보다는 오히려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다.

자연치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법부터 손 보자 하는 것에서는 묘하게 이게 어쩌다 보면 의료민영화를 동조하는 쪽으로 흘러가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섬을 또 하나의 관광 장터로 만들고 싶은 제주도지사의 바람에 맞물려 돌아가겠다는 노파심이 일었다.

 

그러면 애초에 자연치유의 섬을 표방할 때의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인 마음은 사라져 버리고, 이거 장사 되겠다 싶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료비 비싼 요양소 같은 것을 만들기 쉽게 법이 바뀌게 될 것 같다, 그러면 기업은 한라산이나 바다 가까운 곳에 멋드러진 건물 몇 개 지어 놓고, 한의사, 양의사, 맛사지사, 운동치료사, 영양사, 정신상담가, 침구사 등이 모두 환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어 치료 하는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값은 만만치 않아서 시민들은 엄두도 못 내고, 돈 있는 몇 프로의 사람들만이 이용 가능하겠고, 도 입장에서는 비싼 고객만 유치하는 기업의 활동이 세금 걷는 것에 문제 없으니 좋은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제주도 자원을 이용하면서도 제주도가 홍보를 해 줄 것이니 좋을 것이고.... 이렇게 나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 모임이 나아가려는 방향에 대해서 삐딱선을 조금 타 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농약의 섬. 뭐 이런 거는 내가 도지사가 된다 해도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제주도의 40 개쯤 되는 골프장에는 잔디만 살고 잡초는 죽으라는 농약이 무진장 뿌려지는데, 우선 농약없이 골프장을 관리하려면 그 엄청난 인건비를 감당을 못 할 것이고, 인건비 때문에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질 것이고 그러면 비싼 제주도 골프장을 이용하려 안 하여 사람들이 안 찾아 오면 골프장이 죽겠다 할 것이므로 도지사는 세금 못 걷을까봐 그런 조치 못할 것이고, 어쨌든 농사짓는 사람들이 농약 치지 말라고 일제시대 순사를 배치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일일이 무농약을 검사를 하겠으며...

 

그래도 나는 자꾸만, 자연치유의 섬이 되려한다면 농약 부터 없애면 될텐데.. 그리고 적게 먹고 적게 벌어 살면 될텐데 하는 마음이 일고,

 

자연 치유의 섬이 되려 한다면 여기 저기 뻗은 자동차길을 우선 사람만 다니는 길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자동차를 못 다니게 하면 어쨋든 사람만 걷게 될 거고, 그러면 동네만 걸어도 되니까

건강해지려고 동네 나가도 매연 걱정해야 하는 이 상황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자동차를 원망하지만 나도 공기 좋은 데 가서 운동하려고 수목원 갈 때는 꼭 자동차를 이용하는 거, 이율배반적인 이 행동 안 해도 될 것이니 자동차의 급증을 막으려면 사람 전용 도로가 더 많아지면 될 것인데, 그러면 자연적으로 사람들의 주변 환경이 건강하여지는 게 아닌가, 내 공상은 다른 사람들에게 먹혀 들어갈까.

 

요렇게 저렇게 생각만 하다가 토론에 하나 끼지도 못하고 끄적이기만 하다가 와서 지금 그때의 생각을 쓰려니 대부분 잊어 먹었다. 대강 기억나는대로 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