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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함께, 모리노카페

Cho의 한의원 진료를 마치고 나서 근처 식당에서 국수를 먹었다. 늦게 잠들어 아침에 일어난 시간이 8시여서 허겁지겁 집에서 나왔기에, 진료가 끝난 11시 경에는 배가 고파지고 있었다. 배가 고파지면 먹을 음식의 종류를 떠올린다. 처음엔 파리바케트에 가서 브런치로 샌드위치를 먹겠다고 했다가 한의원 근처에 있는 국수 집으로 바꾸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국수를 시켜 먹었다. 맛은 모르겠다. 내 입이나 남편의 입이나 이미 맛을 좋게 평가할 기능이 떨어져 몇 달째 입맛이 쓴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남편의 발병 이후 나는 유트브에서 건강 강좌를 끊임없이 보면서 선무당 의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집의 부엌에서 무엇을 잘못했나 반성과 분석을 계속했다. 결론은 매우 여러가지 들이 나왔다. 그 중..

사분의 3 정도, 항암치료

남편이 아프기 시작한 날은 8월 15일, 그날 저녁부터 혈뇨가 보였으나 나에게는 뒷날 아침에야 그 이야기를 하였다. 그때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비뇨기과, 응급실, 한마음 병원에서의 검사 여럿. 큰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에 설마 설마 했던 여름의 시간들이 있었다. 암일 것 같다고 할 때만 해도 정밀검사에서 암이 아니길 바라며 기다리던 시간들이 있었다. 남편에게 신장암 진단이 나온 날은 9월12일. 남편의 생일 전날, 진찰실에서 바로 항암을 시작한 지 오늘로 한 달이 지나고 있다. 4회 계획으로 시작한 항암치료. 2박 3일동안 입원하며 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3차 항암을 마쳤고, 입원하지 않는 날에는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오늘은 날이 선선하니 집에서 의원까지 걸어가보겠다며 집을 나섰다. 남편의 걸음이 많이 느..

일본어 책으로 출간: 1964년 어느 종교이야기

2019년에 출간된 는 일본어 책으로는 란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저자인 조성윤 선생은 한일종교연구포럼 회원으로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의 종교, 그 중에서도 신종교를 연구해왔습니다. 2013년에는 연구서로 , 대화집으로 공저 을 썼고, 2019년에는, 1964년 박정희 정권의 반일프레임과 유사종교 프레임에 관한 연구서인 를 냈습니다. 1960년 대 초 한국에서는 회원수가 아주 적어 아직 조직도 생기지 않았던 창가학회를 왜 박정희 정권은 주목했던 것일까요, 한일협정 60년을 맞는 지금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게 됩니다. 조성윤 교수는 이 책에서 정부가 반일 프레임과 유사종교 프레임으로, 신문과..

항암 첫주, 병원의 곳곳

■항암제 첫주 2일째 12일 어제는 1회 주사, 오늘은 3차례 항암제를 주사한다. 어제는 영상센타에서 CT 검사를 했고, 13일인 오늘은 핵의학과에서 검사를 한다. 뼈에 전이되었는지를 보기 위한 검사라고 한다. 어제 검사에서는 가슴 부분, 간과 폐 검사를 했는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의사의 이 한마디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고 감사하다. ■ 핵의학과/ PET-CT 이 방은 2년 전, 내가 수술을 할 때도 와서 검사를 받았던 곳이다. 숨을 크게 뱉고 참는 식으로 검사를 했었다. 지금 남편도 그 과정으로 몸이 살펴지고 있다. 이곳에서 찍힌 사진은 그 어떤 예술가의 사진보다 예술적이다. 흑백으로 보여지는 몸의 안. 이 사진의 해석은 고도로 전문적인 수련을 거친 의사만이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찍히..

진단결과 받는 날

■2024년 9월12일 11시 반에 진료 예약이 되어 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정밀검사한 내용을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할지, 수술일자는 언제가 될지를 듣게 된다. 어젯밤에는 비가 왔지만 우산을 쓰고 학교 운동장까지 다녀왔다. 비가 와서 저녁운동은 못하겠구나 하다가 나가 보았는데 바람이 잦아들어서 우산을 쓰고 걸을만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운동장까지 가보기로 했다. 방과후에 보충수업을 들었을 학생들이 하교 버스를 타려고 주차장쪽으로 몰려 내려왔다. 우산이 없는 아이가 우산 있는 애에게 합류하여 네 명이나 한 우산 속에 엉겨 걷기도 하고, 비를 맞으면서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왁지지껄 명랑하고, 큰소리로 깔깔 웃으며 비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소녀들은 지금 열아홉이겠다. 나도 지..

풀밭에서 아침밥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아침■생태숲에서 걷다 ■ 점심은 호박갈치국과 고야짬뿌르 ■쇼코짱의 메세지 큰 어려움을 겪었던 친구는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를 이해하고 있다. 그도 겼었던 과정이니까 생생하게. 일본에 사는 쇼코짱이 9월에 제주도에 크르주 여행을 온다고 했던 터라 어제 저녁 연락을 해봤다. 제주에 와도 땅에 내리지는 못할 거라는 말도 했었다. 배에서 보이는 풍경을 보고 내 얼굴을 떠올리고 여기가 미정이 사는 동네구나 여기겠다고 말한 건 지난 7월에 다치가와에서 만났을 때였다. 쇼코짱이 크르주여행을 왔어도 자기 여행은 아닌 것이라 제주도에 와도 배 위에서 머물다 가게 될 것이었다. 중병으로 심하게 아픈 자기 친구의 소원 하나가 크르주 여행이라 그 친구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그 여행에 동참한다고 ..

자연과 친하게 지내는 매일을

2024년 9월 9일 저녁 식사 전 마시기. 재료: 배, 비트, 당근, 귤, 매실엑기스와 물 믹서기로 갈았다. ■바다에서 걷기 노을이 질 때까지 1시간 걸었다. 만조는 오후 3시 무렵이라 5시 반 경에 갔을 때는 물이 빠지고 있었다. 작년 여름 이후로 바닷가에는 가지 못하다가 오늘 걸어보았는데 기온도 적당하고 요즘이 최적이다. 바닷물도 아직은 발에 닿으면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야채과일을 여러번 먹기 하루 3번 야채과일 중심 쥬스와 즙을 만들 생각이다. 1. 삶아서 믹서기에 갈아 먹기 2.생야채와 과일로 쥬스로 짜서 먹기 3. 야채와 과일을 믹서기로 갈아서 먹기 ○ 오늘 아침엔 1.오이와 샤인마스캣, 샐러드줄기를 녹즙기에서 녹색 쥬스를 만들었다. 2. 토마토를 익혀서 갈아 두었다가 먹게 했다. 붉은 즙 ○..

오후 5시 30분, 너는

하루하루 잘 지내려고 생각하는 너는, 오늘도 잘 지내고 있다. 지인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너는 어제부터 양지와 사태를 사와서 국물을 만들었고, 고사리를 삶아 두었고, 채소도 사 두었다. 너는 오늘 새벽에 한 번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8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잠을 충분히 잤으므로 너는 아침 체조를 남편과 함께 20분이나 할 수 있었다. 너는 잠에서 깨었을 때 남편의 기척을 느끼는 것과, 밥을 함께 먹고, 함께 체조를 하는 오늘 아침이 왔다는 것에 감사했다. 오늘을 잘 살면, 내일은 어제를 잘 살아낸 것이므로, 이렇게 매일 잘 살고 감사하게 하루를 시작하기로 한다. 아침 식사로는 당근과 사과를 녹즙기에서 짠 쥬스와 과일과 요구르트를 먹었다. 남편의 혈압을 기록하고 무엇을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