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붓을 들고 쓰려고 하면 쓸 거리가 무진장 많은 듯하고, 이걸 쓸까 저걸 쓸까 고민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무엇을 써도 시시하다는 태평한 생각이 일었다. 그렇게 잠깐 멈춰 있으면 이번에는 지금까지 쓴 것이 완전히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왜 그런 것을 썼을까 하는 모순이 나를 조롱한다.( 나쓰메 소세키 산문집, 125쪽) 조금전까지 나는 글을 쓰려고 하고 있었다. 머리 속에서 맴도는 기억의 말과 그에 따른 이미지를 꺼내서 문장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쓸 것이 있다고 생각했고, 써보고 싶었고, 써두어야 한다고도 생각했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그러니까 나의 기억에 있는 그 사람에 대해서 내 머리속 기억이 아니라, 문장과 문장을 이어 하나의 이야기로 간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억의 파편들은 문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