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더 로드- 불친절한 길과 암울한 희망

자몽미소 2010. 1. 30. 17:23

 

영화는 온통 잿빛 이었다

대재앙 상황이, 아이티의 최근 지진 사태와 맞물려 연상되었다.

나날이 끔찍했다. 영화는 자세히 보여주지 않지만 재앙이 시작이 오래되었고 사람들이 서서히 지쳐가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다반사임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죽는 가장 큰 원인은 공포 때문이었ㄷ.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인간들이었다. 사람이 사람의 식량으로 쓰이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영화를 보고,책을 읽었는데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 쪽에서는 더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책에서 당연히 다루었을 것 같은 이야기방식으로 대재앙의 원인과 경과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책은 독자의 독서긴장을 위한 뚜렷한 반전도,  기승전결의 친절한 스토리텔링도 없으니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하고 읽기 힘들었다. 

 

대재앙의 위험에 놓인 인간에 대한 경고는 드물지 않아서  인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지만 경고나 메세지만으로는  두렵지 않을 미래를 마련할 대안이나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그 길을 가야 할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불친절한 책과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 가상의 드라마에 온전히 공감하기 위해서는 저자는 좀 더 독자를 위한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저자가 어느 날 떠오른 영감과 순간적 상상력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 보니, 지나치게 문학의 등에 기대어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