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2024년 日記帳

글잉걸 7:100일 동안

자몽미소 2024. 4. 15. 10:56

글잉걸-100일 동안

 

 

415, 오늘 날짜에 1일이라 쓰고 723일에 100일이라고 적었다.

“100일 계획을 몇 번이나 해 봤는데, 대략 일주일이면 흐지부지되더라. 이번엔 꼭 끝까지 해봐야지.”

내가 말했다.

계획을 왜 세워?”

남편이 물었다.

당신은 꾸준한 사람이니까 계획을 안 세워도 되지만, 나는 내가 뭘 하려 했는지 잊어버리니까 적어 놓는 거야.”

 

남편은 꾸준한 사람이다. 뿌리를 깊숙이 뻗어 곧게 서 있는 나무 같다.

나는 꾸준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한의원 의사는 나를 보고, 기질적으로 끈기가 없으니, 음식도 현미나 보리밥을 먹지 말고 찹쌀떡이나 흰밥을 먹으라고 했다.

계획적인 인간은 아닌데 일 년에 몇 번씩 계획표를 그리곤 한다. 계획표대로 되지 않는다. 좀 더 간단히 시간 계획을 세운다. 하려는 것도 줄여서 꼭 하고 싶은 것 위주로 계획을 해본다. 대략 2-3일까지는 계획한 대로 움직여지다가 4일째 무렵 다른 일이 들어오거나 끼워 넣게 된다. 일주일쯤 후에는 계획표가 있다는 게 스트레스가 된다. 계획대로 안 되고 있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원래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이냐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생의 방학 계획표 같은 계획이라니 유치하다. 떠오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자유롭게 살자는 새 계획을 세운다. 원래 하려던 계획이 없던 일처럼 되고 나면, 내가 뭘 바라는 건지, 목표가 있었는지, 해보려 했던 일은 무엇인지 엉킨 실을 보듯 심란한 상태가 된다. 이때부터, <나는 평생 해 놓은 게 없네 타령>을 한다. 이 타령이 내 노래가 된 지 꽤 오래되었고, 계획하고 잊어버리고 다시 계획하는 패턴은 계절이 바뀌어 한 해를 이루듯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그러고 보니 꾸준히 해 왔네 이 패턴. 나는 꾸준한 사람이구나.

 

오늘은 100일에 꽂혔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마침 석 달을 유럽의 도시에 가게 되었고 지도에서나 보던 그 나라 어느 도시의 골목길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작가님을 그려보는데, 제목도 잊어버린 영화의 한 장면이 그러하고, 역시 이름을 잊은 유럽 어느 작가의 그림이 그러했기 뿐이다. 내가 모르는 곳으로 가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모르는 마음들을 들여다보는 석 달은 손을 꼽아 보면 누군가의 마음을 담아오는 시간, 기도하는 100일처럼.

 

오늘로부터 100일 동안, 봄이 떠나갈 것이고, 나무의 연두빛이 초록잎으로 바뀌며 단단해지고,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람들이 땀을 닦으며 계절을 못 견뎌할 것이고, 어느 해변에서는 몸을 태우는 여자들이 모래 위에 누워 있을 것이고, 팥빙수를 먹는 사람 앞에 앉은 한 여자는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나서도 얼음을 씹어 먹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새벽마다 잠에서 깨어 밤새 밤바다에서 불 밝히던 고깃배가 늘어나는 것을 창 너머로 볼 것이다. 한 치밖에 안 되는 다리를 펄럭이며 고깃배의 환한 불빛 아래로 모여들어 죽는 한치오징어의 짧은 생을 생각하지도 않은 채 나는 어느 하루 자동차를 타고 산을 넘어 이 지방의 맛집을 찾아가서 자리물회를 먹으며 입맛이 돌아 살맛이 난다고, 배를 두드릴 것이고.

그렇게 100일의 나날들이 나에게 올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100일이 정말로 나에게 온다고 보장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그래서 그러니까 한 달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느 환자에겐 100일의 시간은 어느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생명의 시간이라서, 그게 나에게 와서는 그냥 흘려 보내 버릴 일인가, 그러니까 그래, 잘 살고 싶어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다. 우선 100일을 나를 세워보자고 계획도 세워보는 것이다.

 

뭘 하려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기억하기 위해 계획표를 그리다가 100일 동안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시간인 것을 기억한다. 작년과 다른 봄과 여름, 내년과 다른 봄과 여름, 100일 동안 날마다 다를 나를 위하여, 날마다 다르게 올 시간을 날마다 다르게 맞이하기 위하여, 오늘부터 시작되는 100일의 날들을 그려본다.

 

(2024415일 김미정 오전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