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2024년 日記帳

글잉걸12:정리정돈, 먼저와 나중

자몽미소 2024. 4. 22. 09:55

 

 

정리정돈- 먼저와 나중

 

지금 오전 10시 13분이에요. 저는 책상에 앉아서 오늘의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게 몇 가지 있지만, 오늘은 그걸 쓰지 않겠어요. 써두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은, 일단 쓰기 시작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예요. 제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 11시 반에는 점심 준비하러 일어날 생각이니까요.

한 시간 동안 저는 오전에 노트북에 글을 쓰기로 한 저와의 약속, 글을 쓴다기보다 글자를 빈 화면 속에 채워 넣기로 한 <쓰기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 책상에 앉았어요. 글을 쓴다 생각하면 너무 많이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글을 못 쓰는 것 같아요. 그러나 글자를 채워 넣더라도 매일의 글쓰기 연습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노트북의 흰 화면 위에 글자들이 저절로 튀어나와 앉는 것 같아요.

할 일이 여럿 생각날 때 오히려 저는 일이 손에 안 잡히는 편이에요. 마무리 되는 일이 없어서 일이 쌓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면 조급해지기까지 해서 그런 날은 아에 집안일도 잘 못하게 돼요. 지난 토요일이 그런 날이었어요.

우선, 일본출판사에서 교정지가 와 있는 걸 모르고 당황했어요. 메일 확인을 못하고 열흘이나 지나 있었던 거예요. 중요하고 급한 일이 제 앞에 딱 놓여 있는데, 제가 속한 모임에서 맡은 일도 있어요. 조속한 시일 내에 해 놓겠다고 말을 했는데, 이번 주 달력을 보니 월요일, 화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외출해야 할 일들이 쪼르륵 메모되어 있는 거에요. 달마다 한 번 하는 모임 사람들과의 밤의 산책,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마사지숍, 다음에 가겠다며 매주 미루고 있는 뜨개교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독서토론이 이번주에 있고, 여고동창회도 이번 주, 북토크도 이번 주 금요일.

친구들과 독서토론을 하기로 한 책은 <오만과 편견>, 두꺼운 책이니 집중해서 2-3일은 걸려야 읽을 테고, 교정해야 할 일본어 원고는 더 꼼꼼히 봐야 하니까 일주일 사이에 해내야 하는 일의 양도 많지만 집중해야 할 농도가 진해졌달까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지난 주말은 새벽에 깨는 게 이어지다 보니까 낮 동안 속 울렁증과 어지럼증도 생기고, 책읽기도 원고 읽기도 능률이 안 생겨요. 오전에 조금 움직이고 나면 오후에는 몸도 마음도 시들시들해져 있더라구요. 모자란 잠을 자고 싶어서 머리가 멍해진 상태라 낮엔 졸리고 밤엔 잘 자지 못하고 그랬어요. 역시 저라는 사람은 잠이 곧 건강으로 이어져서, 몸이 안 좋을 때도 잠을 잘 못 자지만, 잠이 충분치 못하면 밝은 날 제대로 살 수가 없는 거에요. 잠을 잘 못 자는 사이, 생각은 오죽이나 많겠어요. 불면증에 침입하는 생각들이란 게 좋은 것도 없고요.

 

하지만 오늘은 몸 컨디션이 돌아오고 있어요. 어젯밤에 10시에 잠자리에 들었고 통잠을 자서 5시에 깼거든요. 잠이 좋아져서 아침에도 몸이 무겁지 않았고 헬스장에 가서 걷고 샤워도 하고 왔어요. 아침에는 어떻게든 헬스장에 가서 걷기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책상에 앉겠다는 100일간의 습관 만들기에 오늘은 실패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쓰고 있는데 치과 예약이라고 알람이 떴어요. 달력에는 없었는데 스마트폰에는 메모해 두었던 모양이에요. 치과는 패스, 오늘 오후의 뜨개교실도 역시 패스하기로 했고요. 내일 하려던 맛사지는 예약 취소했어요. 이번 주 안으로 교정지를 수정하고 일본출판사로 보내는 게 급한 일이기 때문에 시간을 벌려고요. 금요일과 토요일에 있는 동창회와 북토크에도 못 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친구들과 하기로 한 독서토론을 취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읽기로 한 책은 읽어야 해요.

 

그럼, 제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가 남아요.

1.교정지를 읽는다, 수정사항을 메모한다, 일본으로 보낸다.

2.<오만과 편견>을 읽는다, 이야기할 것을 메모한다, 토요일에 친구들과 만난다.

 

이 일은 매일 오후에 할 것인데, 우선 교정지를 읽는 것을 마치고, <오만과 편견>을 읽으려고요. 그러니 교정지 읽기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에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에요. 오후와 저녁 시간을 이 일에 쓸게요.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독서토론을 할 소설을 읽을게요. 두 가지 모두 읽는 일이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해요. 오후에 책상에 앉아 몰입해야 해요.

하지만 오전에 운동을 하러 가는 것과 이렇게 뭐라도 쓰려 했던 오전의 루틴은 잘 지켜나가고 싶어요. 바쁜 일이 닥쳐왔지만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60일 정도가 필요하다고 해요. 아직 저는 쌓아야 할 벽의 밑바닥에 벽돌 몇 개를 겨우 놓아보는 수준이거든요. 지금은 습관 만들기의 기반이 될 것을 조금씩 놓아보는 시기에요. 오늘 저의 이 글도 그래요. 글자를 막 뿌려놓은 것 같지요?

200자 원고지 12장을 이렇게 채워 봤어요.

(2024년 4월 22일,월요일, 오전 10시 48분, 김미정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