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 1082

글잉걸13:모르는 여자의 사랑고백

모르는 여자의 편지 어느 시인의 고백을 들었다. 그녀는 오래 사랑을 앓아왔다고 했다. 그녀의 말을 듣기 위해 남편과 함께 간 자리에서, 나는 그녀의 애정 상대가 내 남편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 자리가 불편한지 돌아가려 했지만, 오랫동안 교류하던 시인의 말은 끝이 없었고, 나는 가슴이 아픈 그녀의 말을 들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남편이 내가 아는 여자와 바람이 났는데, 나는 화도 안 나고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나도 내 마음도 아니고, 사랑을 잃은 시인이었고, 시인이 겪는 아픔이었다.이야기의 끝에 시인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는 이미 죽었다며 그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는 내가 사는 섬의 정치인이었다. 그랬구나..

글잉걸12:정리정돈, 먼저와 나중

정리정돈- 먼저와 나중 지금 오전 10시 13분이에요. 저는 책상에 앉아서 오늘의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게 몇 가지 있지만, 오늘은 그걸 쓰지 않겠어요. 써두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은, 일단 쓰기 시작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예요. 제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 11시 반에는 점심 준비하러 일어날 생각이니까요. 한 시간 동안 저는 오전에 노트북에 글을 쓰기로 한 저와의 약속, 글을 쓴다기보다 글자를 빈 화면 속에 채워 넣기로 한 을 지키기 위해서 책상에 앉았어요. 글을 쓴다 생각하면 너무 많이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글을 못 쓰는 것 같아요. 그러나 글자를 채워 넣더라도 매일의 글쓰기 연습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노트북의 흰 화면..

글잉걸 11:자몽책방의 오전루틴

오전 루틴 책상에 앉는 시간 지키기 TV에서 문제가 많은 부부를 보았다. 남편은 알콜중독자, 사업에 실패하였고 술을 많이 마신다. 남편은 술로 도망가고 잘 씻지도 않는다. 그 남편을 돌보느라 아내는 진이 다 빠져 있는데, 본인은 자기가 힘든 줄을 잘 모른다. 힘들다고 느끼긴 하지만 같이 사는 동생이 자기 보다 힘들고, 알콜중독이 된 남편도 더 힘들 것이라고 여긴다. 본인이 불쌍한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더 불쌍한 사람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부부를 상담한 전문가는 남편의 알콜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남편에게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 남자가 변하더라도 아내는 남편 못지않게 중독 상태인 게 문제였다. 상담 전문가는 여자에게 자신에게 가장 원하는 것..

글잉걸 10:마음회복과 고양이 복복이

글잉걸 7-회복과 복복이 “반대쪽을 봐봐, 너무 돌렸어. 조금 이쪽으로!” “에휴, 대강 해!” “엄마, 머리핀을 빼 봐봐!” 엄마라고 불린 여자가 단발머리에 꽂았던 핀을 빼며 손빗질을 한다. “주름살 그만 찍어!” “아냐,아냐, 엄마 예뻐!” “너도 내 나이 되어 봐, 사진 찍기 싫어!”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줄을 선 사람들 속에서 나는 모녀의 바로 뒤에 서 있다. 내 바로 앞에서 스마트폰을 든 여자는 옆모습만 보이지만 카메라에 찍히기 위해 딸과 마주한 여자와 닮아있는 걸 알겠다. 자그마한 키만이 아니라 얼굴형의 인상 같은 게.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기 전 탑승용 복도에서도 딸은 엄마를 불러세운다. 제주로 타고 갈 비행기를 배경으로 넣고 사진을 찍으려는 모양이다. 엄..

글잉걸 9:피같은 돈, 물같은 돈

누나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아들이 용돈을 보냈다. 며칠 전에는 며느리가 따로 챙겨주었는데 또 보낸 것이라 안 받겠다고 했지만, 받아달라고 한다.  누나랑 백화점 가서 옷 사입으라, 백화점 옷이 좋더라, 엄마는 자기 옷을 못 사니까 이 돈으로 꼭 엄마 봄 외투를 사 입어라, 아기낳고 정신없이 지내느라 정작 엄마를 챙기지 못하고 있더라, 엄마가 돈을 받아주면 미안한 마음이 덜어지겠다. 아들의 메세지를 읽고 안 받겠다던 말을 뒤집고, 고맙다 잘 쓸게, 로 대답했다. 내 통장에 또 돈이 쌓인다.아들이, 며느리가, 딸이, 사위가 주는 용돈을 받을  나이가 아니야, 라면서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주는 건 작고 받는 건 언제나 미안하다. 자식의 돈에는 이 돈을 벌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