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기형도의 시-빈 집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른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데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짐에 갇혔..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기형도의 시-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時着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낮잠 신자로 위에는 흙먼지,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기형도의 시-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태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신데렐라맨 신데렐라맨 영화 「신데렐라맨」-고단한 삶의 길을 함께 하는 사랑과 희망 마흔 살은 마치 삶의 터닝 포인트 같아 보인다. 숨은 목에 차오르는데 그 자리에 서 버리면 자기 키 보다 깊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릴 것 같아 끝내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수영장의 반환점처럼 주변 사람들의 마흔 고개 .. 字夢のノート(공책)/영화 映画の話 2005.10.07
히로히토의 종전조서를 읽는다 [책읽기]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 --‘종전 조서’ 800자로 전후 일본 다시 읽기 / 고모리 요이치 지음/뿌리와 이파리 출판사 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의 잡음 속에서 ‘대동아전쟁 종결에 관한 조서’를 읽는 쇼와 천황 히로히토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4분 42초. 전쟁은 그렇게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5.08.17
자토이치 영화적 농담과, 가벼운 칼의 춤 왜 당신은 춤을 추지요? 당신은 왜 사랑을 하지요? 저 곳의 또 다른 당신은 왜 복수를 하려 하나요? 저기 저곳의 당신은 왜 울고 있나요? 그런데 당신은 왜 혼자서 떠돌아 다니고 있나요? 삶의 명분을 묻는 이 무거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인생의 이야기는 처음과 끝이.. 字夢のノート(공책)/영화 映画の話 200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