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아내가 결혼했다와 달려라 아비 9일 밤, 짧고 진한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가까스로 탄 하찌오지행 버스차창으로는 물방울이 주루룩 거렸다. 5개월 전 일본에 도착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공항검색대를 통과한 우리들, 그리고 나는 5개월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는 것 같았다. 지난 3월엔,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8.13
책읽기/ 그 전쟁은 어떤 전쟁이었나. 일본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생각하는 건, 이들이 역사에 대해 어떤 이해를 하고 있나 하는 것이다. 어제 만난 한 사람도 임나일본부설을 공부했다고 했고 가야에 그들의 나라, 리틀 자팬이 존재했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사실이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던 때가 있었고 우리 나라 역사 선..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7.29
책읽기/ 성석제의 소풍과 ---- 비 오는 날의 책읽기 일본어 소설을 읽기 시작해 근 두 달, 어느 날부터 책갈피는 책의 이등분 표시를 하겠다는 건지 책 가운데 가만히 누워 있고, 일본어 공부의 목표가 일본 소설 읽기라던 책 주인은 가끔 그의 첫 포부가 무엇인지도 잊고, 책이 놓인 장소까지도 잊는다. 일본에 온 지 5개월, 일본어는..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7.21
장석남의 시-미소는,어디로 가시려는가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저 새로 난 꽃들과 잎들 사이 그것들과 나 사이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무슨 길을 걸어서 새파란 새파란 새파란 미소는, 어디만큼 가시려는가 나는 따라갈 수 없는가 새벽 다섯 시의 감포 바다 열 시의 등꽃 그늘 정오의 우물 두세 시의 소나기 미소는, 무덤가고 지나서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26
황지우의 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곽재구의 시-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