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바느질하는 오후

내게 선물할 옷 뜨기

자몽미소 2024. 1. 11. 11:48

내게 선물해 줄 스웨터를 만들고 있다.
이제까지 두 번, 아란무늬 가디건을 뜬 적이 있다.  한 번은 남편의 것, 한 번은 딸의 것으로 만들었다.
벌써, 20년 전, 10년 전의 일이다. 남편 것을 뜰 때는 신제주에 있는 수예점에서 실을 사서 만들었다. 수예점 사장님이 코를 잡아 주었고, 무늬의 첫단을 짜주었으므로 알려주는 대로 뜨다 보니 어느 새 옷이 되었다. 물론 실이 가늘어 3밀리 바늘로 떠야 해서 2년이나 걸리고 말았다. 다음에 딸의 옷을 짤 때는 가는 실의 장구한 세월에 겁이 나서 5밀리 바늘로 뜨는 실을 골라서  떴다. 이때도 어찌어찌 옷이 되어서 딸에게 줄 수 있었다.  
아들 스웨터도 만들어 주어야지 했지만 오래 걸리는 거에 질색이라 겨울 조끼를 떠서 주었다. 
후닥닥 만들어 버리고 싶은 나머지 두툼한 실을 썼다. 보온은 될지 모르지만, 직장에 입고 가는 산뜻한 조끼가 되지는 못했다. 실이 가늘어야 옷이 고급스럽다, 맞네맞아 했다.
작년에는 유트브로 뜨개를 보다가 실을 구입했다. 실값이 꽤 나가서 잘 만들어야겠다는 부담이 있었을까, 그 실로 몇 번 시도 해 보았으나 아직도 옷이 되지 않았다.  실의 성질에 맞게 코수를 계산하지 못하였고,어찌어찌 도안을 넣어  뜨다가 완성한다해도 못 입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실을 풀어 버렸다.
 사실 남편의 가디건은 20년이나 되면서 팔꿈치게 헤어지고 소매도 낡아 덧대어 보았다. 같은 색 실이 아니라 옷은 더 낡아보였다. 거지옷이 되어 버렸다고 농담하면서도 남편은 그 옷을 오래된 애인이나 된 듯이 버리지 못한다. 겨울이면 자기를 포근하게 해 주던 물건이니 애인은 안 되도 애정이 담뿍든 건 틀림이 없다. 내가 만든 옷을 이리도 아끼는 남편에게 새 옷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돋아서 재색 실을 골랐다. 하지만 첫날, 이 실을 받았을 때 가드다란 실을 만지자 몽글몽글 하던 마음이 급격히 차가워졌다.  20년 전, 옷 마무리까지의 시간이 계산되면서 사이즈를 줄여서 내 옷을 만들겠다는 냉정한 판단을 하고 말았다. 남편 옷 만들어 선물한다는 따습한 마음에서 내 옷 만들어보자고 계획 변경.
 
그 판단과 결정으로 드디어 나에게도   아란무늬 옷을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끝까지 가야지.
어제는 뜨개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한 줄 뜨는 데 드는 시간을 재 보았다. 13분 정도 걸렸다.
여기 보이는 데까지 뜨기까지( 1월 2일 고무뜨기와 어제 8일 수업 후 무늬 넣으면서) 대략 7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실 한 볼을 쓰는 데 7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이 옷에 필요한 볼 수 20개 정도를 곱해보면, 140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한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계산하여도 입이 딱 벌어지는 가격이 될 터이다.
 
이왕 내 옷을 뜨는 거니까 잘 짜서 비싼 옷을 입혀주자.
봄에 꽃샘 추위가 올 때 입고 다니면 좋을 거야, 미리 그 날을 상상하며 흐믓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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