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딸이 쌀 한 포대를 주문해서 보내왔다. 향기가 난다고 수향미라는 이름이 붙은 쌀이었다. 주문을 받은 후에 도정을 해서 보내준다고 한다. 쌀 냄새도 좋았지만 쌀이 익어가면서 집안에 퍼지는 밥 냄새가 푸근하다. 며칠 동안 냄비에도 해 보고 솥에서도 밥을 해 보고 있다. 전기밥솥에서 밥을 할 때와는 다르게, 쌀을 미리 씻어 놓고 불리고 보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불조절도 하다 보면 어느새 재밌는 친구와 노는 듯하다. 밥을 푸고 나서 누룽지도 만들어 보았다. 마른 누룽지로 먹어도 끓인 누룽지로 먹어도 구수한 맛이 돌고 속이 편안해진다. “쌀밥만 있으면 반찬이 없어도 되지 뭐!”며칠 동안 쌀밥과 깍두기만 먹으며 혼자 지낸 적이 있다. 여고 1학년 동안 자취를 하며 난방도 안 되고, 부엌도 없는 방에서 혼자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