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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현기영 [책읽기]

제주의 사월은 고달프다. 가지 끝마다 환하여 나무 아래서 정신 혼미하게 하던 벚꽃은 어느 아침 바람에 사방으로 흩날리고, 눈꽃처럼 사그라드는 그 꽃 옆에서 '툭' 무겁게 땅으로 치닫는 붉은 동백이며, 벌이 윙윙거리는 유채꽃밭 속에서 동지를 꺾어 입안에 넣으면 먼 데서 숨어있던 것들이 몸 속에..

데이비드 게일. 자유,죽음, 진실의 모순

데이비드 게일-자유, 죽음, 진실의 모순 "진실은 없다" 란 명제가 참이면 진실은 없기 때문에 이 명제 또한 진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허위가 되어 버린다.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 너무나 애쓰며 살고 있다. 먹고 자고 사랑하고 싸우고 급기야는 죽이기 까지 하면서 죽지 않기 위해 살고 있지만 그..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김훈 [책읽기]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김훈 이사를 하는 꿈을 꾸었다. 방은 자꾸만 넓어지고 나는 베란다가 넓어서 빨래를 널기에 좋겠다고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베란다는 남쪽으로도 있었고 서쪽으로도 있었다. 둘 다 햇빛을 잘 받아들이는 방향이라 즐거웠다. 허름한 다세대를 버리고 새로운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