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성석제의 소풍과 ---- 비 오는 날의 책읽기 일본어 소설을 읽기 시작해 근 두 달, 어느 날부터 책갈피는 책의 이등분 표시를 하겠다는 건지 책 가운데 가만히 누워 있고, 일본어 공부의 목표가 일본 소설 읽기라던 책 주인은 가끔 그의 첫 포부가 무엇인지도 잊고, 책이 놓인 장소까지도 잊는다. 일본에 온 지 5개월, 일본어는..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7.21
장석남의 시-미소는,어디로 가시려는가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저 새로 난 꽃들과 잎들 사이 그것들과 나 사이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무슨 길을 걸어서 새파란 새파란 새파란 미소는, 어디만큼 가시려는가 나는 따라갈 수 없는가 새벽 다섯 시의 감포 바다 열 시의 등꽃 그늘 정오의 우물 두세 시의 소나기 미소는, 무덤가고 지나서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26
황지우의 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곽재구의 시-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기형도의 시-빈 집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른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데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짐에 갇혔..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기형도의 시-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時着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낮잠 신자로 위에는 흙먼지, ..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기형도의 시-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태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 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06.05.06
신데렐라맨 신데렐라맨 영화 「신데렐라맨」-고단한 삶의 길을 함께 하는 사랑과 희망 마흔 살은 마치 삶의 터닝 포인트 같아 보인다. 숨은 목에 차오르는데 그 자리에 서 버리면 자기 키 보다 깊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릴 것 같아 끝내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수영장의 반환점처럼 주변 사람들의 마흔 고개 .. 字夢のノート(공책)/영화 映画の話 200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