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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첫주, 병원의 곳곳

■항암제 첫주 2일째 12일 어제는 1회 주사, 오늘은 3차례 항암제를 주사한다. 어제는 영상센타에서 CT 검사를 했고, 13일인 오늘은 핵의학과에서 검사를 한다. 뼈에 전이되었는지를 보기 위한 검사라고 한다. 어제 검사에서는 가슴 부분, 간과 폐 검사를 했는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의사의 이 한마디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고 감사하다. ■ 핵의학과/ PET-CT 이 방은 2년 전, 내가 수술을 할 때도 와서 검사를 받았던 곳이다. 숨을 크게 뱉고 참는 식으로 검사를 했었다. 지금 남편도 그 과정으로 몸이 살펴지고 있다. 이곳에서 찍힌 사진은 그 어떤 예술가의 사진보다 예술적이다. 흑백으로 보여지는 몸의 안. 이 사진의 해석은 고도로 전문적인 수련을 거친 의사만이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찍히..

진단결과 받는 날

■2024년 9월12일 11시 반에 진료 예약이 되어 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정밀검사한 내용을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할지, 수술일자는 언제가 될지를 듣게 된다. 어젯밤에는 비가 왔지만 우산을 쓰고 학교 운동장까지 다녀왔다. 비가 와서 저녁운동은 못하겠구나 하다가 나가 보았는데 바람이 잦아들어서 우산을 쓰고 걸을만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운동장까지 가보기로 했다. 방과후에 보충수업을 들었을 학생들이 하교 버스를 타려고 주차장쪽으로 몰려 내려왔다. 우산이 없는 아이가 우산 있는 애에게 합류하여 네 명이나 한 우산 속에 엉겨 걷기도 하고, 비를 맞으면서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왁지지껄 명랑하고, 큰소리로 깔깔 웃으며 비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소녀들은 지금 열아홉이겠다. 나도 지..

자연과 친하게 지내는 매일을

2024년 9월 9일 저녁 식사 전 마시기. 재료: 배, 비트, 당근, 귤, 매실엑기스와 물 믹서기로 갈았다. ■바다에서 걷기 노을이 질 때까지 1시간 걸었다. 만조는 오후 3시 무렵이라 5시 반 경에 갔을 때는 물이 빠지고 있었다. 작년 여름 이후로 바닷가에는 가지 못하다가 오늘 걸어보았는데 기온도 적당하고 요즘이 최적이다. 바닷물도 아직은 발에 닿으면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야채과일을 여러번 먹기 하루 3번 야채과일 중심 쥬스와 즙을 만들 생각이다. 1. 삶아서 믹서기에 갈아 먹기 2.생야채와 과일로 쥬스로 짜서 먹기 3. 야채와 과일을 믹서기로 갈아서 먹기 ○ 오늘 아침엔 1.오이와 샤인마스캣, 샐러드줄기를 녹즙기에서 녹색 쥬스를 만들었다. 2. 토마토를 익혀서 갈아 두었다가 먹게 했다. 붉은 즙 ○..

오후 5시 30분, 너는

하루하루 잘 지내려고 생각하는 너는, 오늘도 잘 지내고 있다. 지인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너는 어제부터 양지와 사태를 사와서 국물을 만들었고, 고사리를 삶아 두었고, 채소도 사 두었다. 너는 오늘 새벽에 한 번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8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잠을 충분히 잤으므로 너는 아침 체조를 남편과 함께 20분이나 할 수 있었다. 너는 잠에서 깨었을 때 남편의 기척을 느끼는 것과, 밥을 함께 먹고, 함께 체조를 하는 오늘 아침이 왔다는 것에 감사했다. 오늘을 잘 살면, 내일은 어제를 잘 살아낸 것이므로, 이렇게 매일 잘 살고 감사하게 하루를 시작하기로 한다. 아침 식사로는 당근과 사과를 녹즙기에서 짠 쥬스와 과일과 요구르트를 먹었다. 남편의 혈압을 기록하고 무엇을 먹..

담장을 넘는 마음에 관해

수박을 사려했지만 동네 마트에서 보이지 않는다. 수박은 1통을 가르면 두 번으로 나누어 즙을 짜서 쥬스로 먹고 있다(남편에게 마시게 하고 있다). 수박이 신장에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신장 수술 후 수박을 리어카 하나 분량이나 먹었다는 이야기는 30년 전에 흘려 들은 것이다. 그래도 하루의 수분보충을 물로만 마시는 것보다 낫지 싶고 한의원에서도 과일 중에는 수박이 cho에게 맞는 음식이라 해서 남편이 먹을 음식으로 수박, 배, 메론 등을 챙기고 있었다.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수박을 잘 사지 않았다. 수박을 먹고 내가 체한 경험이 있어서 먹고 싶은 과일은 아니었다. 올해는 마트에서 수박을 봐도 사려고 하지 않았다. 가격이 올라 비싸기도 했고. 몇 번 사온 수박도 내가 먹지 않으니 썰어둔 것은 냉장고..

책 읽어주는 호텔

갖고 온 책을 읽어준다. 4페이지 정도를 읽었는데 잠이 든 것 같다. 읽기를 멈추고 2분쯤 지나자 " 응! 내가 잤나 !" 하고 깼다. 무슨 내용 까지 기억하느냐 물으니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읽었던 부분을 설명하고 다시 읽었다. 3페이지 정도 읽는데 코를 살짝 곤다. 이제는 깨지 않고 잠이 들었다. 검사 후 병실로 돌아왔고 4시간 동안 움직이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누워지내야 한다. 읽고 있는 책이 수면유도제가 되었다. 코를 크게 곤다. 그거 때매 또 깼네. 눈을 뜨지 않아서 나는 가만히 있는다. 여기는 바다와 하늘과 시내 정경과 비행기와 오름이 잘 보이는, 전경 좋은 호텔방이다. 나는 호텔에서 책읽어주는 여자가 되었다. 어라 라는 소설이 있었어. 읽은 적이 있어. 그녀처럼 나도 나이든 남자에게 책을..

기도란 무엇일까

아직 수술하는 게 아닌데도, 수술실로 들어가는 환자처럼 저 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당신은, 당신의 몸은. 몸은 저 곳 차가운 방으로 들어갔지만 당신의 마음은 여기 제 옆에 두고 갔나요? 나를 걱정하느라 마음은 여기 내 옆에도 있고, 저 방 안 당신이 누운 침대 옆에도 있을 거에요. 당신 옆에 있는 당신의 마음은 무어라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언제나처럼 당신은 자기자신에게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라고 내게 하듯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거에요. 그러면 다 괜찮아졌어요. 마음은 몸과 달리 여러 개니까 괜찮아 하고 달래주는 마음은 당신 옆에도 있고 내 옆에 의자에 앉아 있어요. 내 옆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괜찮다, 괜찮을 거야 말을 건네고 있어요. 당신의 목소리 그대로. 그래서 저는 당신을 흉내내어 제 목소리로..

바다가 보이는 호텔

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거다. 방은 6329호, 그러니까 똑같다. 접수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려, 방 번호를 확인하고 들어왔다. 침대, 옷과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수납장, 냉장고도 있다. 여행가방에서 옷과 소지품, 책과 충전기를 꺼내 각각 놓여야 할 자리에 놓아둔다. 배정받는 침대에선 바다가 보인다. 사라봉과 별도봉이 보인다. 바다 위에 흰 배가 떠 있는 게 보인다. 제주로 오는가 떠나는가.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육지로, 목포로 또는 여수로, 완도로? 잘 모르는구나. 오랫동안 배를 타 보지 않았네, 그러고보니 제주와 육지 어느 항이 연결되었는지 짐작만 할 뿐이고, 무심했던 사람처럼 미안해지네. 무언가에, 미안한 건지는 잘 몰라. 지금 제일 미안한 ..

숨이 막히네

내게 있어 '기가 막히다'는 말은 상대의 언행이 상식에 어긋나거나 무례함이 정도를 지나칠 때, 어이가 없다는 말 대신 쓰는 말이었다. CHO의 상태를 진단 받은 날 부터, 나는 다시 기가 막힌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이가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숨이 막히는 것 같이 괴로운 상태가 되었다.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남편의 몸에 일어난 사태에 대해서 의사의 치료를 따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두지만 곧 안에서는 신경들이 폭발하는 것처럼 숨통을 조여왔다. 목요일 오후에 진찰을 받고, 일요일에는 입원하기로 수속을 밟아 두었다. 금요일 아침에는 전날 밤에 하나도 못 잔 것에다가 내 몸 안에서 성게가 하룻밤 사이에 자라나 온 신경세포를 돌아다니는 것 같이 날카로워진 느낌으로, 이걸 견뎌내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봉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