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17

글잉걸 6-기저귀의 추억

기저귀의 추억 “언니 어린 시절이 이랬다고? 언니가 아니고 할머니가 겪은 옛날이야기 같아!” 밭 도랑에서 기저귀를 빨았다는 내 글을 읽은 막내 동생이 말했다. 이제 오십 초반의 동생에게, 글에 나오는 나는 60세의 언니가 아니고 여덟 살의 아이로 보였던 모양이다. 동생은 내 부모가 눈치껏 알아서 집안일을 하는 딸에게 너무 무심했던 거라고, 결론지었다. “언니와 나랑 아홉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어린 시절 기억은 너무 다른 것 같아!” 어딘가 미안한 마음으로 동생이 말했다. “기저귀 말인데, 우리집에서 제대로 된 기저귀를 한 건 너 부터였어.” 그게 무슨 말이냐고, 기저귀 없이 아기를 어떻게 키우냐고, 동생이 말했다. 남동생 둘 아래로 여동생이 태어난 건 내가 열 살이던 1973년 여름이었다. 동생이..

글잉걸 5- 냄새가 있는 선물

Morning Letter Greengirl 5-냄새가 있는 선물 아들의 머리가 아기 침대에 누워 있던 손자를 덮고 있다. 기저귀에 파란 줄이 보이면 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고, 똥을 쌌을 때는 냄새로 알 수 있다며 코를 대고 확인하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보름째, 아들 내외는 아기 똥에서는 요구르트 냄새가 난다고 했다. 샛노란 색일까 했는데 기저귀 안에는 여름 풀처럼 싱싱하고 푸르지만 묽은 상태의 똥이 한 숟갈 정도 양으로 기저귀를 묻히고 있었다. 나도 머리를 기울여 아기가 내놓은 똥에 코를 대본다. 나에게는 다른 냄새가 났다. 맡으면서 이걸 뭐에 비교할 수 있나 떠올려 보았지만 비슷한 무슨 냄새도 생각나지 않고 뭐라고 할 수 없이 달콤하고 즐거워진 느낌만 남았다. 이런 냄새를 싫어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