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17

글잉걸 11:자몽책방의 오전루틴

오전 루틴 책상에 앉는 시간 지키기 TV에서 문제가 많은 부부를 보았다. 남편은 알콜중독자, 사업에 실패하였고 술을 많이 마신다. 남편은 술로 도망가고 잘 씻지도 않는다. 그 남편을 돌보느라 아내는 진이 다 빠져 있는데, 본인은 자기가 힘든 줄을 잘 모른다. 힘들다고 느끼긴 하지만 같이 사는 동생이 자기 보다 힘들고, 알콜중독이 된 남편도 더 힘들 것이라고 여긴다. 본인이 불쌍한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더 불쌍한 사람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부부를 상담한 전문가는 남편의 알콜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남편에게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 남자가 변하더라도 아내는 남편 못지않게 중독 상태인 게 문제였다. 상담 전문가는 여자에게 자신에게 가장 원하는 것..

글잉걸 10:마음회복과 고양이 복복이

글잉걸 7-회복과 복복이 “반대쪽을 봐봐, 너무 돌렸어. 조금 이쪽으로!” “에휴, 대강 해!” “엄마, 머리핀을 빼 봐봐!” 엄마라고 불린 여자가 단발머리에 꽂았던 핀을 빼며 손빗질을 한다. “주름살 그만 찍어!” “아냐,아냐, 엄마 예뻐!” “너도 내 나이 되어 봐, 사진 찍기 싫어!”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줄을 선 사람들 속에서 나는 모녀의 바로 뒤에 서 있다. 내 바로 앞에서 스마트폰을 든 여자는 옆모습만 보이지만 카메라에 찍히기 위해 딸과 마주한 여자와 닮아있는 걸 알겠다. 자그마한 키만이 아니라 얼굴형의 인상 같은 게.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기 전 탑승용 복도에서도 딸은 엄마를 불러세운다. 제주로 타고 갈 비행기를 배경으로 넣고 사진을 찍으려는 모양이다. 엄..

글잉걸 9:피같은 돈, 물같은 돈

누나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아들이 용돈을 보냈다. 며칠 전에는 며느리가 따로 챙겨주었는데 또 보낸 것이라 안 받겠다고 했지만, 받아달라고 한다.  누나랑 백화점 가서 옷 사입으라, 백화점 옷이 좋더라, 엄마는 자기 옷을 못 사니까 이 돈으로 꼭 엄마 봄 외투를 사 입어라, 아기낳고 정신없이 지내느라 정작 엄마를 챙기지 못하고 있더라, 엄마가 돈을 받아주면 미안한 마음이 덜어지겠다. 아들의 메세지를 읽고 안 받겠다던 말을 뒤집고, 고맙다 잘 쓸게, 로 대답했다. 내 통장에 또 돈이 쌓인다.아들이, 며느리가, 딸이, 사위가 주는 용돈을 받을  나이가 아니야, 라면서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주는 건 작고 받는 건 언제나 미안하다. 자식의 돈에는 이 돈을 벌기 위..

사회학책 읽기모임 시작

당산서원 글방 시작 방법: 읽고, 쓰고, 말하고 토론 한 달에 한 번, 세번째 토요일 도움주실 분 : sungyoon_cho 장소 : 당산서원 날짜와 책 2024년 5월 18일 1회: 핀란드역으로 2024년 6월 15일 2회: 독일이데올로기 2024년 7월 20일 3회: 프랑스혁명사 3부작 4회 이후 추후 책 목록 결정굥부책을 다시 잘 읽어보아야겠다. 시즌 1을 잘 마쳐보자. 읽고 설명하기 읽은 내용 메모하기 읽은 내용 토론하기

글잉걸8:습관 만들기의 두 번째 날

글잉걸-습관 만들기의 두 번째 날 4월 16일, 써클 모임의 원장님이 세월호 10주년을 추모하며 제주 부두에서 진혼무를 추기로 하였으므로 함께 하려 하였다. 6시에 시작하니 집에서는 5시 반에 나가려고 어제저녁에는 입고 나갈 옷을 미리 꺼내 두었다. 7시에 추모가 끝나면 돌아오는 길에 헬스장에 들르고, 집에 돌아와 어제에 이어 모닝 글쓰기도 하려 하였다. 새벽 2시 반에 잠에서 깼다. 뒤척이다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4시, 책을 읽다가 5시 반까지 괜찮은 상태면 부두로 갈 생각이었다.  책을 읽으려다, 이틀 전 비행기 안에서 썼던 메모를 읽었다. 펜을 잡고 다시 썼다. 고개를 드니 시계는 6시가 되어 있었다. 피곤했다. 부두로 갈 것을 포기하고, 이어서 나오는 것들을 7시까지 쓰고, 침대로 갔다. 잠..

글잉걸 7:100일 동안

글잉걸-100일 동안  4월 15일, 오늘 날짜에 1일이라 쓰고 7월 23일에 100일이라고 적었다. “100일 계획을 몇 번이나 해 봤는데, 대략 일주일이면 흐지부지되더라. 이번엔 꼭 끝까지 해봐야지.” 내가 말했다.“계획을 왜 세워?” 남편이 물었다.“당신은 꾸준한 사람이니까 계획을 안 세워도 되지만, 나는 내가 뭘 하려 했는지 잊어버리니까 적어 놓는 거야.” 남편은 꾸준한 사람이다. 뿌리를 깊숙이 뻗어 곧게 서 있는 나무 같다.나는 꾸준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한의원 의사는 나를 보고, 기질적으로 끈기가 없으니, 음식도 현미나 보리밥을 먹지 말고 찹쌀떡이나 흰밥을 먹으라고 했다. 계획적인 인간은 아닌데 일 년에 몇 번씩 계획표를 그리곤 한다. 계획표대로 되지 않는다. 좀 더 간..